Posted on 2010. 07. 15.


 

민간인 査察(사찰)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寺刹(사찰)이란 말은 일반적으로 스님이나 신도들이 거주하는 절이라는 말로 쓰이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경건한 의미의 사찰이 요즘 갑자기 무시무시한 느낌이 든다. 아마 총리실의 민간인 査察이라는 보도 때문일 것이다.
內査라는 용어를 쓸법한데 굳이 사찰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보면 내사는 말 그대로 조사를 하는 것이고 사찰은 내사를 하기 위한 정보수집 혹은 겁주기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이번에는 사찰로 쓴다고 이해하고 있다.
사찰이든 내사든 합법적인 방법으로 수사를 진행했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을 수사기관도 아닌 총리실에서 민간인을 사찰한 것을 보면 事案(사안)이 상당히 중요한 사건일 것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김 모씨가 이명박 대통령을 패러디한 쥐코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스크랩 해둔 것이 사건의 단초가 되었다고 한다. 김 씨는 경찰의 조사를 받았고 회사의 대표이사 직도 내놓았다고 한다.
철없는 어린아이도 아니고 회사의 대표이사까지 하는 분이 무슨 목적으로 그런 동영상을 띄웠는지 별로 잘한 일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총리실의 공직자 윤리지원관이 그런 일까지 관여해 경찰을 앞세워 사찰인지 내사인지를 했다면 이는 분명 직무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 모 윤리지원관을 비롯해 사건에 관여한 공직자들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에는 동감한다.
그러나 만약에 이 지원관이 대통령과 같은 고향사람이 아니었다면 문제가 이렇게 커졌을까? 왜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고향사람들을 먼저 챙길까? 왜 공직자들은 과잉충성을 할까? 등등 공직자들의 지나친 자세와 대통령을 지내신 분들이 蕩平(탕평)을 해야함에도 자기 고향사람을 이른바 요직에 써서 낭패를 당하는 것에 먼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고향의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는 말이 있다. 하물며 정치권이나 정부요직, 지방정부까지도 선거에 당선만 되면 제일 먼저 찾는 사람들이 고향사람들이다.
아마 말투가 같아 말귀 잘 알아듣고, 무슨 일이 있어도 충성을 하리라 믿으며 설마 같은 고향인데 배신이야 하겠느냐는 생각에서 일 것이다.
그러나 작은 정권을 쥐든 큰 정권을 쥐든 권력자의 주변에 고향사람들이나 학교 선후배들이 득세하기 시작하면 그 조직은 틈이 생기기 시작한다.
공정해야할 인사가 어느새 줄서기가 되어 버리고, 아무리 입찰을 한다고 한다지만 권력과 가까운 사람들이 工事(공사)를 가져가고 돈을 벌기가 쉬워진다.
다 사람사는 일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같은 조건이면 고향사람, 학교 선후배 밀어주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한국사람들은 정서상 권력을 쥐고 그 주변을 애워싸는 사람들이 생기면 꼭 過(과)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권력의 運(운)으로 돌리기엔 너무 많은 일을 겪어왔다.
좋은 정권이 좋은 사람들 만나 좋은 일 하는 나라라면 사찰이든, 내사든, 조사든, 수사든 누가 문제 삼겠는가? 큰 정권이 모범을 보여야 작은 정권들이 따르고 국민이 따른다. 그런 정권은 언제 오려는지... 그저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 팔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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