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07. 16.


키워준 값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날도 더운데다 어떤 아버지와 아들의 얘기가 더운 날씨보다 더욱 얼굴을 후끈 거리게 한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80년대 강남 8학군으로 이사하고 과외도 시키며 잘 키워 결혼까지 시켜 주었다고 한다. 이후 아들은 세계적인 회사의 한국지사 고위간부로 근무하고 있지만 아버지가 집에 찾아가도 문전박대를 하는 등 2005년부터 지금껏 연락을 끊고 살았다고 한다.
화가 난 아버지는 생전에 연락을 끊고 살던 아들이 자기가 죽으면 상주 노릇을 하며 위선을 떨고 상속재산을 챙길 것을 생각하니 죽은 송장이라도 마음 편히 누워 있을 수가 없다고 판단해 1989년부터 14년간 보태준 유학비와 결혼자금, 주택구입비용 7억 원을 돌려주고, 상속권을 포기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자기가 죽을 경우 장남인 아들이 제사를 지내는 것도 싫다며, 제사주재자 및 묘지안장 지위박탈 요구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한쪽 얘기만 듣고 누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아버지와 아들 간에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아버지는 누구인가? 물론 어머니의 자식 사랑이 더하겠지만 아버지들의 마음속 깊은 자식 사랑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하겠는가?
지금이야 먹고 살만하다지만 6.25와 보릿고개를 겪은 아버지 세대들의 삶과의 투쟁, 본인들은 못 배운 것이 서러워 자식이라도 훌륭하게 키워보려고 오직 자식교육을 위해 헌신한 결과 그나마 지금 우리나라가 이 정도라도 먹고 살만한 나라가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오죽하면 자식에게 키워준 값을 요구하겠으며, 도대체 무슨 연유로 아버지를 문전박대 할까에 대해서 왈가왈부하기보다는 앞으로 우리사회에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나라를 지탱하는 가장 근본인 가족이라는 개념은 끝까지 지켜져야 한다. 가족이라는 개념이 무너지면 사회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민족이나 국가의 일원으로서의 소속감도 잊히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권력투쟁이니, 권력농단이니 하면서 대통령의 주변 인사들끼리 다툼이 잦고 이를 보다 못한 대통령이 직접경고를 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주변 사람들은 대통령이 키운 사람들이다. 어찌 보면 대통령은 그들에게 부모 같은 사람이며, 자기들끼리는 형님동생하는 가족 같은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은 자기를 키워준 대통령과 조국을 먼저 생각함이 옳은 일이다. 서로 잘못이나 흠이 있다면 만나서 해결하고 대통령과 상의해야 옳은 것이다.
둘 간의 무슨 오해가 있는지 몰라도 아버지와 아들 간에 소송이나 해대고, 대통령이 자기가 키운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경고를 보내는 것이 아무렇지 않게 보도되고 “그 까짓것 그럴

수 있지 뭐가 대수야” 라는 생각의 만연한다면 과연 이 나라가 어찌 될지 걱정이 태산이다.
아들은 아버지와 떼려야 뗄 수없는 관계다. 아들도 또 아들을 낳는다. 대통령과 측근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정권이 몰락하면 절대 대통령 혼자 몰락하는 것이 아니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가족의 중요성이 새삼 느껴지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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