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07. 22.


체 벌 금 지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세상 참 변해도 많이 변했다. 과학이 발달하고 서구의 개인주의가 몰려와 인성이 바뀌다 못해 이제 학교사회까지 급격히 바뀌고 있다.
우리가 클 때만 해도 선생님 말씀이라면 뭐든지 따랐고 잘못에 대해 선생님이 때리든 벌을 주던 군소리 없이 받아 들였고 성인이 된 후에도 어릴 적 담임선생님의 이름과 얼굴이 고스란히 기억되어 있는 것을 보면 선생님이란 우리 마음속에 지울 수 없는 영원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면서 살고 있다.
최근 서울 동작구 모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을 때린 것을 두고 서울시 교육청이 체벌금지를 들고 나왔다. 요즘 같은 시절에 선생님이 학생을 때렸다는 것이 의아하지만(연유야 있겠지만) 수많은 선생님 중 한분이 저지른 일을 가지고 서울교육의 책임을 맡은 교육청이 체벌 전면금지를 들고 나온 것은 교육의 장을 포기하자는 것과 다름이 없다.
요즘 초등학교 학생들이나 중학교 학생들 체격 조건이 커져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때린다는 것은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 아이들 잘못 때리면 덤비기 일쑤고, 자기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순순히 따르는 척하다가 집에 가서 선생님이 때렸다고 일러바치면 자기 아이의 허물은 생각하지 않고 득달같이 학교로 쳐들어가서 따지고 “교장나와라, 교감나와라” 소리 지르는 판국인데 어느 선생이 감히(?) 아이들을 때리겠는가?
물론 선생님도 사람인지라 아이들을 때리는 경우도 종종 있을 수 있다. 또한 아이들도 인권이 있기 때문에 선생님이 지나치게 때리거나 벌을 주는 것에 대해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아무리 때려도 맞는 쪽은 안 아프며 벌을 받아도 힘든 줄 모른다. 선생님이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문제는 존경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선생님 말씀이라면 무엇이든지 믿고 따라야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학교가 아이들을 미래를 책임지는 인성교육의 장이 아닌 그냥 봉급쟁이로 월급이나 챙기는 직장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선생님을 믿고 아이를 학교에 맡겼으면 믿고 지켜봐야 하지만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교육청은 교육청대로 사사건건 간섭하니 소명의식을 가지고 교직에 임한다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니 누구 탓하기도 어려운 사정이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못된 짓해도 못 본척하게 된다. 선생으로서의 권위를 보인답시고 한 대 때리거나 벌을 주다가 학생들이 대들고 부모들에게 봉변을 당하면 학교생활도 끝이고 직장을 떠나야 하는데 누가 아이들을 제대로 사람 만드는 일을 하려하겠는가.
교육청이라는 곳은 학생들만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올바로 가르칠 수 있도록 외부의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일도 중요하다. 어쩌다 선거라고 하는 괴물이 순수해야할 교육분야까지 진출해 학교를 이렇게 험하게 만들었는지 그저 속상할 뿐이다.
중·고등학교는 몰라도 제발 초등학교라도 선생님들이 자율적으로 아이들을 사람 만드는 곳으로 놔두었으면 한다. 지금같이 인터넷이 발달되어 아이들의 머리는 커지고 교육청의 간섭은 심해지는 초등교육이 되는 한, 가족이 해체되고 선후배의 질서가 무너지고 선생님에 대한 존경은 점점 사라져 결국 국가에 피해가 가기 때문이다.
스승은 제자를 사랑하고 제자는 스승을 존경하는 풍토를 만드는 것, 무엇보다도 먼저 교육청이 해야 할 첫 번째의 과제다. 선생이 애들 한 대 때렸다고 체벌전면금지라니 참 한심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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