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08. 12.
늙은 젊은이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이명박 대통령이 8일 개각에서 만 48세의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를 총리후보로 전격 발탁했다.
이 대통령이 개각 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젊은 늙은이와 늙은 젊은이를 얘기 할 때 젊은사람이 총리에 임명될 낌새는 어느 정도 눈치는 챘지만 김태호 내정자를 보니 하여튼 놀랄만한 발상을 한 것은 틀림없다.
이 대통령이 김태호 총리내정자를 일찌감치 낙점하고 젊은 늙은이란 말을 했는지 아니면 공직사회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런 화두를 남겼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김태호 내정자가 만 48세니 48세 이상의 공무원들은 어쩔 수 없이 늙은 공무원이 되었으며 이들은 이제 젊은 사고(思考)를 가지고 젊은이들과 소통하지 않으면 조직에서 버티기 어려워 질 전망이다.
요즘같이 잘 먹고 몸 관리 잘하는 시대에 몇 살이 되어야 늙었다는 말을 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법적으로는 만 65세가 되어야 노인 취급을 받는다지만 정치권에서 65세란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70줄에 접어들었지만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을 가진 것 같고,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우리나이로 76세, 정권의 2인자로 불리는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도 65세를 넘겼고, 한나라당의 대표인 안상수의원도 65세, 민주당의 박지원 원내대표도 70세룰 코앞에 두고 있지만 이분들 모두 건강해 보이고 왕성한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 늙은 젊은이 축에 끼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물론 이대통령이 정치인들을 향해 늙은 젊은이란 표현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 대통령이 얼마나 답답하면 그런 말을 했을까 싶기도 하고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책상머리에 앉아 시간이나 때우는 공무원들에게 나라를 짊어질 젊은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들과 소통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누구나 나이가 든다. 특히 공무원들은 나이에 민감하다. 정치에는 정년도 없고 낙선했다가 당선됐다가 반복한다지만 일반 공무원들에게는 정해진 나이에 퇴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진급에 신경 써야하고, 정년이 보장되어 있는데 괜히 무리한 일을 하다가 낙오되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더욱이 고시출신으로 공직에 진출해 승승장구하다가 정권의 줄을 잘 못 잡으면 동기들에 비해 축 뒤처지는 정치문화를 가진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젊은 늙은이가 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대통령이 말하려고 하는 젊은 늙은이, 고향 잘 타고나 일찍 출세가도를 달려 젊지만 경험이 풍부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 이번 개각에 발탁된 김태호 총리 내정자와 젊은 장관들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로 왜곡되어 들린다.
나라가 잘되려면 젊지만 사려깊고 똑똑한 젊은 늙은이들이 많은 것도 좋지만 출세가 늦어도 남의 탓 하지 않으며 묵묵히 일하는 늙은 젊은이들이 많은 나라를 만드는 것, 그 몫은 아직까지는 젊은 늙은이 보다는 늙은 젊은이들의 몫이 아닌가 싶다.
나이 어린 사람들이 일찍 출세해 영감행세 하는 것을 보면서 그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충도 생각해 볼 문제고, 무조건 나이가 어리다고 청년들과 소통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한번 쯤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아무튼 공직사회든 일반인이든 스스로 “나는 젊은 늙은이 인가? 혹은 늙은 젊은이 인가”를 한번 쯤 되돌아보는 것은 좋은 일인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젊은 늙은이라는 말보다 늙은 젊은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필자도 김태호 총리내정자보다 다섯 살이나 많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