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08. 19.
統一 稅(통일세)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15경축사에서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보장하는 평화공동체, 남북한 경제의 통합을 준비하는 경제공동체, 한민족 모두의 존엄과 자유 그리고 삶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민족공동체 등을 대비해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도 준비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민족의 통일을 위해 미리 세금을 거둬 급작스런 북한의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왜 하필 남북한의 관계가 좋지 않은 때에 그런 말을 했는지 의문도 들지만 대통령이 자신감에 넘치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북한에 모종의 변화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 같아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통일세라는 것은 20년 전 통일을 이룬 독일이 통일 다음해부터 ‘통일연대세\'라는 이름으로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세금으로 약 3000조원을 거두어 들였다고 하고, 우리나라도 약 2500조원 이상의 통일 비용이 필요하다고 하니 혹시 북한의 붕괴조짐이 있다면 미리 준비하는 것이 마땅한 일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엄청난 돈을 우리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만 된다면야 그 까짓 돈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50년 넘게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 겨누고 으르렁 거려 세계에 창피한 것에 비하면 세금을 많이 내더라도 진짜 통일이 되어 통일세를 낼 수만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낼 수도 있겠다.
대통령의 자신에 찬 광복절 연설에 대해 북한의 반응이 우선 궁금하다.
필자가 아는 상식은 북한의 군부는 남한과의 통일보다는 중국의 우산속으로 편입해 정권을 연장하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안다.
철저히 외부에 폐쇄된 북한 소식을 일반인들은 알 수 없지만 김정일의 건강이 악화되고 그의 아들에게 정권을 세습하려고 발버둥치는 북한의 실정을 보면 북한 군부는 더욱 중국에 가까이 하려고 할 것이 틀림없다.
이런 와중에 고급 정보를 갖고 있는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통일세를 언급 한 것을 보면 북한에 변화가 있고, 이명박 대통령은 분명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세금이라고 하는 것은 정부를 유지하는 필수적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 국민은 별 저항없이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다.
우리나라 일년 예산이 약 300조원이니까 통일비용을 마련하려면 그 열배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한꺼번에 그 많은 세금을 내려면 우리 국민도 망하고 나라도 망할 것이다. 따라서 통일세를 미리 거두자는 뜻일 것이다.
국민적 합의만 있다면 십시일반 하는 마음으로 세금을 조금씩 더 내도 별 불만이 없다.
그러나 북한 측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우리만 먼저 통일세를 걷느니 하면서 앞서가면 될 일도 안 될 것 같아 걱정도 앞선다.
북한의 변화가 있다면 정부 차원에서 준비하면 된다.
독일의 경우도 통일 후에 20년 넘게 세금을 걷고 있고 독일 국민들도 큰 불만 없이 세금을 내고 있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2년 반 남았다. 이 대통령의 임기 중에 북한에 변고가 있을지, 그 변고가 통일로 갈지, 중국 쪽으로 넘어 갈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물론 현직 대통령으로서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지만 이번 통일세 발언은 아무래도 조금 이른 감이 있다.
지금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비롯한 산적한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
통일은 민족의 숙원이지만 당장은 우리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와 국민통합이 먼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