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08. 27.
청문회를 통해 본 공정한 사회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요즘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 건설을 역설했고 김태호 총리지명자가 마치 자신을 닮은 것처럼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도지사에 오른 점을 높이 샀으며,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점을 실의에 빠진 젊은이들에게 보여주려고 한 듯 50도 채 안 된 김태호씨를 전격 총리에 발탁했다.
한나라당 출신 젊은 총리 기용은 국정에 변화를 주고 다가오는 2012년 대선과 2017년의 대선 등 민주당의 486세력에 대항할만한 인사를 미리 키워둔다는 의미에서 어쩌면 바람직한 일이다. 또한 젊은 총리 기용은 국민입장에서 보면 여러 가지 의미를 떠나 청문회라는 까다로운 절차만 잘 거치면 새로운 국정패러다임을 경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공정한 사회란 무엇인가? 단적으로 말하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지고, 개개인의 잘나고 못나고를 떠나 법 앞에 누구나 공평한 사회를 뜻하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청문회를 보면 이 나라가 과연 공정한 사회인가를 의심케 한다. 일반 국민이 위장전입을 하면 부동산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어느 순간부터인지 청문회장에서 위장 전입 정도는 슬그머니 넘어가는 일이 벌어지게 되었고, 자녀의 학교 문제로 위장전입을 했다면 아예 용서되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위장전입 문제가 슬그머니 넘어가는 것은 유전무죄보다 더한 유권무죄로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는 문제다. 이 문제를 넘기려면 여야가 합의하에 법을 폐기하는 편이 나아 보인다.
여당이 야당되고 야당이 여당되는 정치상황이고 국회의원이나 고관대작들이 언제 장관직이나 총리직에 임명될지 모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인이 부동산 투기를 할 지 모르는 상황이니 여야가 힘을 합해 빨리 법을 고치는 편이 국민이 스트레스를 덜 받기 때문이다.
어찌 위장전입만 문제이겠느냐만 다른 사건이야 법적으로 문제보다는 도덕적인 문제가 있지만 위장전입은 당장의 공정한 사회에 어긋나는 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말이 국민에게 설득력을 주기 위해서라도 위장전입 문제는 여야의 합의하에 이번 기회에 꼭 해결해야 할 문제다.
사실 우리나라 청문회 자체에 문제가 있긴 하다.
장관직이나 총리직을 꾸려갈 능력은 있는데 본인 몰래 부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거나. 우리나라의 특수한 사정상 젊은 시절의 주변상황에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아픈 과거도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을 몽땅 터뜨려 장관직 수행은 물론 다른 공직에도 진출하기 어렵게 만드는 청문회라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청문회가 과거 공직사회의 행적만 추궁한다던가, 확실한 범법에 대한 사건만 추궁한다던가, 富의 형성과정만을 추적한다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좋다.
있는 것 없는 것 다 까발려 버리고 사람 만신창이 만드는 청문회장이 되고 그들을 임명하는 것이 반복되면 공정한 사회라는 말은 아예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임명권자나 주변 인사들이 총리나 장관직에 올바른 사람을 임명해서 누구나 인정하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책임은 정부와 여당에 있다. 그러나 어차피 임명할 총리나 장관이라면 어느정도 보호하는 것이 비슷한 부류의 공직자들이 가져야 할 덕목이 아닌가 싶다.
사실 이런 말 하면서도 혹시 저 사람에게는 무슨 흠이 없나? 궁금해 하는 것이 필자 같은 소인배들이지만 좋은 사람들이 장관에 임명되는 것이 더 보고픈 것이 사실이다.
국민이 혐오할 정도로 결정적인 흠이 아니라면 조금은 덮어주는 편이 어떨까?
공직자의 투명한 돈 문제, 확실한 도덕성, 훌륭한 인품과 리더십이 무엇보다 필요한 우리나라 공직사회다.
저런 청문회가 공정한건지, 국민에게 이 사회가 불공정하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는 청문회인지 참 아리송한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