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09. 02.
거짓말과 실언(失言)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길고 지루했던 청문회가 김태호 총리후보자의 자진사퇴로 끝났다. 야당의 반대도 있었지만 국민 여론을 앞세운 한나라당 소속 수도권 국회의원들의 김태호 불가론에 청와대가 손을 든 것이다.
김태호 총리후보의 결정적 낙마 이유는 거짓말했다는 이유다.
소위 박연차게이트에 무혐의 처분을 받은 그는 박연차씨와 만난 날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 기억력부재로 일인지하 만인지상인 총리직과 정치적 미래를 접어야 하는 불운을 당하고 만 것이다.
우리 국민은 정치인들을 싫어한다. 그중에서도 거짓말하는 정치인들을 가장 혐오한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은 지난 개각 때 천성관 당시 검찰총장 내정자가 거짓말 했다는 이유로 낙마시켰다.
김태호 총리후보자는 그의 말대로 큰 잘못 없이 단지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았다는 죄로 낙마해 조금 억울할 수도 있지만 거짓말을 싫어하는 국민정서와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조건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깜빡 잊은 것을 안타까워해야 할 것 같다.
야당이 반대하던 소위 김신조(김태호, 신재민, 조현오) 중 조현오 경찰청장만 살아남았다.
조청장의 경우는 공정한 사회와 상관없이 실언(失言)한 케이스로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았다.
공직자들의 실언이야 하루이틀된 얘기도 아닌데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이번 조현오 경찰청장의 경우는 좀 심하긴 했지만 경찰내부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대통령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홍준표 최고위원은 조 청장의 말에 대해 특검을 하자고 주장한다고 한다.
언뜻 듣기엔 경찰청장내정자가 그런 말을 했다면 실언일리가 없다는 뜻으로 들리지만, 속내를 보면 오히려 야당이 특검을 주장해야 할 판국에 여당의 중진의원이 경찰정장의 실언에 대해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조 청장을 그만 흔들라고 야당에 으름장을 놓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여튼 총리후보는 거짓말 때문에 낙마했고, 경찰청장후보는 실언을 했지만 임명장을 받았다.
40대의 젊은 총리후보로 더 큰 미래의 권력에 다가갈 기회가 주어졌던 김태호 총리후보는 앞길이 막막해졌다. 참 사람팔자 시간문제라더니 좀 안쓰럽긴 하다.
그러나 도지사를 두 번이나 한 사람이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한 죄는 스스로 져야 한다.
그의 말대로 비는 내리고 어머니는 시집을 가는 어려운 형국일지 모르지만 세상 돌아가는 것을 잘 알지 못한 죗값으로 생각하고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왜 자신을 임명했는지에 대해 인식해야 한다.
경찰은 검찰과의 수사권 독립문제를 비롯해 최근 불거진 조직 내 항명사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공직자의 실언에 대해서는 화(禍)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번 경찰청장의 실언이 당사자에게는 향후 법적인 책임을 지거나 정중히 사과하면 된다지만 그러나 실망한 국민에게는 국민의 경찰이 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보여주어 실언에 대한 만회를 해야 한다.
공직자, 특히 고위공직자는 말을 한번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거짓말이든, 실언이든, 혹은 농담이든.
대통령도 앞으로 더 이상 공직자의 실언을 눈감아 주지 않겠지만 국민도 더 이상 공직자의 실언에 대해 용서하지 않을 것 같은 사회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