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09. 09.


특채와 줄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민주주의는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준다. 본인의 노력여하에 따라 공직사회도 진출할 수 있고 일반 사기업에 취직할 수도 있다. 각자의 실력여하에 따라 사회에 진출하기 때문에 큰 불만없이 자기 인생을 꾸려 나가는 것이 일상적인 삶이다.
일반기업이나 공직사회나 특별채용이라는 것이 있다. 전문직으로 시험을 치러서 인재를 등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면접이나 서류심사만으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특채된 사람들은 남다른 능력을 겸비해 주변의 부러움을 사게 마련이다.
최근 외교통상장관의 딸이 다른 부서도 아닌 외교통상부에 특채된 사건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이 8.15광복절 치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강조해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 할 수 있다는 나라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가운데, 최근 총리 후보가 낙마하는 등 어수선한 나라 분위기에 이번 특채 사건은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했다.
급기야 장관이 사퇴했지만 이번 사건은 장관의 사퇴로 끝날 사안이 아니라 소위 백이 출세를 가늠한다는 설(說)이 파다하게 퍼져나가 결국 상실감과 배신감이 국민의 마음에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
빽이란 무엇인가? 소위 줄이 좋아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영포라인이 화제에 올랐듯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과 한 고향 사람들이 벼락 출세하는 실태가 반복되고 청와대를 비롯한 국회 등 요직에 진출하는 별정직 공무원들을 비롯해 소위 사정기관에도 같은 고향 사람 혹은 학연에 의해 줄이 형성되어 그 줄에 의해 빽이 작용하는 것이다.
어렵게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빽이나 줄을 어느정도 인정하긴 해야겠지만 그 줄을 잡고 가는 사람들이 자기 자식까지 그 줄에 연결하는 것은 국민입장에서 보면 짜증이 나고, “차라리 공정한 사회라는 말을 하질 말든가 이건 해도 너무 한다”고 결국 모든 항의가 대통령에게 쏠리게 된다.
어느 대통령이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정치도 사람이 하고 사람을 추천하고 쓰는 일도 사람이 한다. 그러니 같은 조건이면 아는 사람이 편하고 고향사람이면 더욱 믿을만하니 가까이 쓰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패거리가 생기고 또 다른 권력이 생겨 결국 국민적 망신을 당한다는 경험에서 나온 말로 알고 있다.
어차피 우리 사회에서 공정한 사회는 틀렸다. 인사가 만사임에도 인사가 계속 편중되는 시스템에서 대통령이 혼자 아무리 공정한 사회를 외치다고 해서 갑자기 없던 공정이 생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정한 사회는 위에서 지시해서 고쳐질 문제가 아니다. 부모가 고위직에 있다고 해서 그 직위를 이용해 취직을 하려는 우리 청년들이 변하는 편이 빠르다. 부모의 직위나 친분 여하에 따라 공직에 특채된 사람들을 부러워 할 것이 아니라 실력을 키워 특채된 사람을 앞서는 청년들이 되어야 한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참 쉬운 문제는 아니다. 쉽게 살아가는 방법이 보이는데 그걸 돌아서 가라니, 줄만 잘 서면되는데 줄을 놓으라니, 전 정권에서 홀대받아 처졌으니 이번 정권에서 출세해야 하는데 그걸 하지 말라니, 참 어려운 문제다.
그나저나 진짜 필요에 의해서 특채된 훌륭한 인재들 이번 일로 의기소침할 수도 있겠다. 혹시 줄로 특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주변의 시선이 따가울지 모르나 공정하게 특채된 만큼 기죽지 말고, 특별히 채용된 만큼 더욱 사명감으로 조직에 충성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서주기 바란다. 특채와 줄은 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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