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10. 01.
여 자 축 구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우리나라 여자축구가 세계를 제패했다. 물가폭탄과 기습폭우로 우울한 추석을 보낸 우리 국민에게 감동과 환희를 안겨준 쾌거였다.
축구는 그동안 남자들의 전유물이었고 월드컵 16강만 가도 온 나라가 난리법석일 정도로 우리 국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남성스포츠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번 우승은 우리 어린 소녀들이 소리소문 없이 출전해 세계를 제패하고 우리 국민에게 하면 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안겨준 것으로 더욱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축구경기는 비록 심판이 있다고는 하지만 TV를 시청하다보면 심판 몰래 옷을 잡아당기거나 꼬집기는 일쑤고, 팔꿈치 가격이나 발등을 밟는 일 등 상당히 거친 운동으로 선수들은 늘 부상에 시달리는 격렬한 운동이다. 따라서 축구경기의 심판은 옐로카드(경고)와 레드카드(퇴장)를 준비해 부상을 방지하지만 웬만한 반칙은 경기의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거친 축구경기를 자그마한 동양의 여자들이 덩치 큰 유럽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을 일궜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훈련에 투자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며, 여자축구는 남자 경기에 비해 심한 반칙이 덜해 충분히 도전해볼만한 게임이라는 것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자축구가 세계를 제패한 다음날인 지난 27일 이명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공정 사회는 일시적인 구호가 아니라 임기 마지막 날까지 국정운용의 중심기조이고, 다음 정권까지도 계속 되어야할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여자축구가 공정한 게임으로 세계를 제패한 것을 보고 공정한 사회가 되어야만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한 사회란 무엇인가? 바로 반칙이 없는 사회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갖은 방법으로 군대를 기피하고, 위장전입을 비롯한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며, 여러 사람에게 개방된 자리를 특정인에게 유리하도록 규정을 바꿔 채용하는 등 곳곳에서 보이지 않는 반칙이 횡횡했고 이를 알면서도 쉬쉬하거나 “그 정도는 다 하는 거 아니야?”라면서 슬쩍 넘어가곤 했다.
축구경기에 반칙이 난무하고 심판은 이를 슬쩍 넘어가고 선수들이 부상에 휘말리면 이를 보는 관중들은 하나둘씩 떠나가기 마련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찌 보면 우리사회를 전반을 지켜보는 심판이고 우리 국민들은 정치게임을 지켜보는 관중과 시청자들이다. 따라서 우리 국민은 심판이 보지 못하는 선수들의 교묘한 반칙을 알 수 있다. 심판이 아무리 혼자 열심히 뛰어 다닌들 22명이나 되는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심판은 큰 반칙을 잡아내고 지켜보는 국민은 작은 반칙을 보면서 선수들을 평가하는 것이다.
축구경기든 기타 스포츠든 게임은 승패가 엇갈린다. 승자가 독식하는 정치문화를 가진 우리 민주정치는 불과 20년의 역사에 불과하다. 이번에 세계를 제패한 우리 여자축구도 역사가 20년도 채 안 된다고 한다. 축구는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라 여럿이 힘을 합해 팀플레이가 되지 않으면 결코 승리가 어려운 게임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공정한 사회는 이미 이 시대의 화두가 되어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본다. 우리국민들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특권층을 이미 알고 있으며, 이를 막고 공정한 게임을 하도록 유도하는 사람이 대통령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공정사회는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선수와 심판 그리고 관중들이 함께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적절히 사용해 게임을 이끌고, 우리 국민은 반칙을 범하고도 얼굴색 하나 안 변하는 사람들 지켜보다 보면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자연스럽게 공정한 사회가 오지 않을 까 싶다. 축구는 계속되어야 하고 심판이 너무 게임을 좌지우지 하면 게임 자체가 재미없어져 관중이 외면할 수도 있고 관중이 없으면 게임이 공정한들 의미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