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10. 07.


김치와 삼겹살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채소 값 폭등으로 김치논쟁이 시작됐다.
지난 4일 가락시장 배추 도매가격은 상품기준 10㎏당 2만8700원을 기록했다. 무 가격도 도매가 상품기준 18㎏에 4만3331원, 양배추 도매가격은 8㎏당 2만3388원에 거래되어 양배추 값이나 배추 값이 별 차이가 없다.
채소 값이 오르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먼저 태풍과 잦은 비 그리고 폭염 등 날씨 탓에 작황이 나쁜 경우가 있다. 또 하나는 농사를 짓는 경작지가 줄거나 농부의 수가 격감해 채소생산이 부족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도시인들은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줄 수 있다면 조금 비싸더라고 기분 좋게 먹을 수 있겠지만 채소 값 폭등원인이 중간 도매상들의 폭리와 4대강 사업의 여파, 혹은 날씨나 경작지 부족으로 인해 일어날 채소 품귀현상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농수산 당국의 무능에 있다면 사정이 조금 다르다.
지난 추석 우리 국민의 첫 번째 이슈는 정치문제보다는 비싼 물가문제였다. 그만큼 서민들이 살기 어려워 졌다는 것이다.
국회는 지금 국정감사 기간이다. 야당은 채소 값이 오른 이유를 4대강 개발로 인한 경작지 부족을 탓하며 이 모든 책임을 정부여당에 돌리고 있다. 물론 4대강 유역 개발로 어느 정도의 채소경작을 못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관련 정부당국자의 무능과 무책임이다.
따라서 국회는 여야를 떠나 날씨 핑계나 4대강을 탓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국정운영 능력문제를 따져야 한다.
우리가 정부를 믿고 세금을 내는 것은 천재지변이나 경작지의 부족 등 다양한 변수에 대해 일일이 대응 할 수 없으니 정부가 이를 예측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해 달라는 뜻에서 정부를 선택하고, 이런 일을 하는 정부를 감시감독하는 역할을 하라고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다.
야당의원은 채소 값이 오르는데 이를 4대강과 연계해 정치적으로 이용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안일함을 따져야 하고, 여당의원들은 무조건 정부를 감쌀 것이 아니라 4대강 개발로 채소 경작지가 얼마나 감소했는지, 채소 유통과정을 비롯한 전반적인 상품의 유통경로는 어떤지를 현장방문을 통해 알아보고 지적해야 한다.
배추 값이 오른다고 중국배추를 수입하거나 일본 김치를 수입한다는 발상은 식상하다.
대통령 까지 나서 양배추로 김치를 담그자고 해서 논란이 되는 일은 너무 창피하다. 차라리 당분간 김치를 먹지 말자는 어느 당국자의 말이 더 실감난다.
그러나 김치와 삼겹살은 며칠 안 먹고 넘기면 값이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는 말로 당국자들이 슬쩍 넘길 일이 아니다. 그들도 한때는(어쩌면 지금도) 김치와 삼겹살을 자주 먹어야 했을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김치와 삼겹살은 우리 서민들의 삶의 일부다.
김치 값이 오를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거기에 맞춰서 사는 사람이 우리 서민들이다. 삼겹살에 상추를 싸지 않아도 소주 한잔 넘기면서 애환을 충분히 달랠 수 있는 사람 역시 우리 서민들이다.
배추 값이 비싼 진짜 이유가 분명히 있을 터인데 이를 바로 잡지 못하고 정치 이슈로 써 먹는다든가, 이 고비만 넘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그때그때 슬쩍 넘어가는 행태는 이제 끝내야 한다.
우리 국민은 정부가 솔직하면 비싼 값에 김치와 삼겹살 먹어도 속상하지 않고, 까짓 김치나 삼겹살 며칠 안 먹을 수도 있으며 중국산 배추도 감내할 수 있다. 국민과 진정성으로 소통하지 못하고 말로만 친 서민정치, 공정한 사회를 외치는 정부여당이나 왜!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지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지 못하는 야당 국회의원들의 무능이 야속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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