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11. 04.
대한민국의 두 얼굴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오는 11월 11일과 12일 서울에서 G20 세계정상들이 모여 환율, 글로벌 금융안전망, 국제금융기구 개혁, 저개발국 개발 등 4대 의제로 회의를 개최한다.
우리나라 이명박 대통령은 G20의장으로서 “G20 회의를 통해 주요 의제들을 조정하고, 참가국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임무가 주어졌다”며 “모든 것이 우리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뤄낸 것이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말했다.
그렇다. 분단된 나라, 아시아의 작은 나라 우리 대한민국은 올림픽도 치렀고 G20정상회의 의장국도 되었으며 중국도 우리나라를 견제해야 할 만큼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대로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뤄낸 결과이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만큼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데 국내 정치사정은 그렇지 못해 보인다.
김태호 총리후보자의 낙마 후에 일어날 司正(사정)정국을 예상하긴 했지만 설마 G20이라는 세계경제회의를 앞두고 기업과 정치권 및 공직사회를 망라하는 사정한파가 이렇게 매서우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공직자나 정치인에 대한 사정은 따로 기간을 정해 놓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당의 대표까지 나서서 10만 원짜리 후원금까지 건드리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사정정국이 그리 녹녹치 않음을 반증하고 있다.
물론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정치인들의 치부나 일부 몰지각한 기업인들의 로비행각, 후원을 빙자한 입법로비 등을 검찰이 나서서 후련하게 밝혀 주는 것에 박수를 친다.
그러나 하필 G20이라는 세계회의, 그것도 의장국인 나라에서 마치 정경유착을 해야 기업이 살아나고 로비를 해야 법을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을 세계에 심어주지 않을까 걱정이다.
또한 이번 사정한파가 민주당 손학규 대표 체제가 시작될 무렵이고 대통령 선거가 2년 밖에 안 남은 시점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말로는 공정사회를 외치지만 내면에 기업인들이나 공직자들의 정치권의 줄서기를 미리 막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기업이 정치권에 줄을 대야 살아남고 고위 공직자들이 앞 다퉈 줄서기를 잘해야 출세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 문제를 너무 잘 아는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부르짖고 있으며, 자기 임기 중에 반드시 이 문제 만큼은 해결하고 나갈 것이라는 초당적 의지에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시기가 조금 애매해 보여 안타깝다.
체벌을 없앤다고 하는 첫날 사방에서 학생들이 선생님들께 대들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부와 대통령이 그렇게 심혈을 기울인 G20을 앞두고 회초리를 든 대통령에게 막말하는 정치인도 있고 공직자들의 반발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이미 곪아있는 사회에서 공정사회를 부르짖고 사정을 강화해서 세계인들에게 나라사정을 광고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선생님들에게 회초리를 돌려주고 어린 시절부터 공정을 배우게 해서 바르게 정치하고 기업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옳은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그나저나 세계최고의 교육열을 가진 나라에서 선생님의 회초리를 없애면 어떤 나라가 될까? 선생도 필요 없고 위아래도 없이 공부만 잘해서 무슨 짓을 하든 그저 나만 돈 벌고 출세하면 그만이지 국가가 무슨 소용이고 이웃이 무슨 소용이냐는 식이면 이건 좀 곤란할 것 같은데 필자 혼자만의 걱정일까? 아무튼 G20의장국으로서 자부심도 있지만 복잡한 국내사정을 세계에 알린다는 창피함을 동시에 가지려니 좀 쑥스럽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