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11. 10.
사단법인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신창수 상임이사 인터뷰
성북동에 자리한 사단법인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회장 신법타, 이하 평불협)를 찾아 지난 10여 년 동안 협회 사업을 총괄해온 신창수 상임이사로부터 근황을 들어볼 기회를 가졌다.
평불협은 조계종, 천태종, 진각종 등의 불교 종단이 연합해 대북지원사업과 사회공동체 개발 및 문화창달에 기여하기 위해 1992년 2월에 창립했다. 특히 1999년에는 불교계 유일의 통일운동단체로 통일부산하 사단법인체로 인가를 받았다.
평불협은 북한지원팀과 문화개발지원팀을 조직의 주요 사업팀으로 두고 △인도적인 식량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황해도 사리원과 평양에 국수공장 건립, 밀가루를 비롯한 어린이 분유, 우유를 지원하고, △농업개발지원사업으로 양파씨앗 지원, △남북불교 교류사업으로 남북불교회의와 공동법회 등을 개최해왔으며, △북한 불교유적복원사업으로 금강산 신계사, 개성 영통사 등의 복원을 지원해왔다. 의류, 신발, 의약품 등의 물자와 불교복지시설 건립을 위한 건축자재, 기타 생필품등 2010년 8월 현재 총 85회에 걸쳐 45억 원을 지원했다.
이처럼 활발하게 진행되 온 대북지원사업과 교류활동이 현 정부 출범과 더불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 처해있다. 정부에서 민간단체들의 인도적 지원활동까지 막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을 오가기는커녕 제3국에서의 만남도 여의치 않은 바람에 계속해왔던 지원사업들의 사후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상태라고 신 이사는 전했다. 설사 북측의 연락이 있다 해도 평불협 측에서 제대로 된 대응을 취하기 어려운 상황을 신 이사는 안타까워했다.
평불협이 95년 이래로 줄곧 심혈을 기울여온 대북지원사업이 결실을 맺은 대표적인 것으로 97년 황해북도 사리원시 만금동 정방산 성불사 인근에 건립한 금강국수공장을 꼽을 수 있다. 성불사는 이은상 시에 홍난파 선생이 곡을 붙여 우리가 즐겨 불렀던 가곡 <성불사의 밤>에 나오는 그 성불사다. 이 성불사 인근에 국수공장을 건립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북한의 여의치 않은 도로상황과 운송수단 때문이라고 한다. 사리원시는 평양과 개성 가는 길에 있는데 고속도로가 그나마 발달돼 있고 특히 물자의 선박운송이 용이한 남포항이 가까이 있어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평불협 미주본부와 북한 조선불교도연맹의 협력 끝에 완공한 금강국수공장은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공장으로 1일 7천 7백 그릇 정도의 국수를 생산한다. 생산된 국수는 사리원시는 물론 시 외곽의 초등학교 학생과 요양소 및 주민들에게 공급된다고 한다. 평불협 측에서 밀가루 지원을 매년 계속해 왔다. 북한은 평양 이외의 지방을 개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터라 제2의 국수공장은 결국 평양에 건립할 수밖에 없었다. 평양 공장은 국수만이 아니라 빵과 과자, 라면을 생산하기도 한다.
신창수 이사는 불교는 사실상 남북통일이 된 셈이라고 언급했는데 남북해외불교지도자법회, 남북불교회담 등 남북 불교계 인사들이 여러 차례 만나고 합동법회 등을 개최하면서 남북불교의 통일된 의식(儀式)과 법식(法式)을 갖추게 됐다고 한다. 2007년에는 금강산 신계사 복원이 성사됐는데 이 때 남한 조계종의 제정스님이 신계사복원 불사(佛事) 도감으로 3년간 파견된 전례도 있다. 98년 <금강산 신계사 복원협약서>를 체결하고 2007년에 복원사업이 완료된 것이니 약 10여 년 동안 남북 불교계 인사들과 정부, 그 외 관련 기업과 인사들이 기울였던 노력과 수없이 부딪혔을 어려움들을 헤아려본다면, 남북이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함께 일을 도모하는 노정에 얼마나 많은 교류협력과 인내가 필요할지 가늠해 볼 수 있다.
평불협이 관심을 기울이는 또 다른 부문은 인권과 문화사업이다. 세계적인 작곡가이자 독실한 불자였던 고 윤이상 선생의 명예회복을 위해 ‘고 윤이상 선생 명예회복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청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북한에서 개최해온 윤이상통일음악회의 지난 2000년 제19차 음악회 때는 추모법회를 평양 광법사에서 갖기도 했다. 북한의 ‘윤이상음악연구소’에 악기 및 악기부품 지원을 하기도 했다. 현재는 이 역시 중단된 상태이고 매년 통영에서 개최되는 통영국제음악제를 여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평불협은 북한의 인권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새터민의 인권연구, 생활비 보조, 직업알선에도 나서고 있다.
신창수 이사는 지금처럼 민간단체들의 인도적인 대북지원 및 교류까지 막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치외교적 이유 등으로 정부간 교류가 어려워질수록 민간단체들의 활발한 교류는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는 지정학적 운명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의 역사는 인류와 민족의 이익을 위해 주변 강대국들을 현명하게 다룰 줄 아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되는 역사였다.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대북관계를 비판하며 (북한의) 버릇을 고쳐주겠다느니, 참지만 않겠다느니 식의 정부당국자들의 발언은 책임을 맡고 있는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언사가 아니라고 신 이사는 비판했다. 북한은 엄밀히 말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하나의 국가이면서 우리의 민족이기도 하다. 엄연한 객체이자 동질성을 지닌 민족으로서 이중적 실체다. 이 실체를 섣부르게 극단적으로 다룬다면 북한이 중국에 강하게 기대면서 마치 중국의 위성도시화 돼가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피할 수 없음을 지적했다. 한국 또한 대중국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풀지 못한 채 미국의 동아시아정책에 더욱 종속되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남북이 주체적으로 남북관계를 풀어갈 수 있는 길을 잃어버리게 됨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정은 체제 또한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겠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임도 지적했다. 그만큼 감정적으로만 상대할 수 없는 외교적 대상으로서 북한을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북한을 여러 차례 오가며 오랫동안 사색해온 노장의 통찰처럼 들렸다. 우리는 북한을 무력으로 제압할 수도 없으며,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란 평화적인 통일밖에 없음을 신 이사는 반복해서 강조했다. 대화하고 교류하는 길만이 가능하다.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위험하니 통일을 준비하는 데 좀 더 분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대북관계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고 거부할 것이 아니라 10·4선언이라든지 이행을 약속했던 협의 등을 선별하여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성북동 평불협 사무실에는 통일법당이 마련돼 있다. 법당은 도심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고즈넉한 고요함이 그득했는데 들어오는 이의 마음을 휘감는 위엄이 감돌며 평화통일이라는 화두를 놓치지 말 것을 맹렬히 호소하고 있었다. 신 이사는 겸손히 합장하고 참배했다.
현재 약 3천여명의 회원들과 8개소의 지역본부와 미주본부, 미주 동부본부, 중국 베이징사무소 등을 두고 있는 평불협은 지금의 대북 경색국면을 슬기롭게 견뎌내면서 향후 평화적 통일을 위한 걸음에 더욱 정진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듯했다.
매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국토사랑 환경통일 백일장을 성균관에서 열어오고 있는데 이 역시 미래 통일세대가 될 청소년들에게 평화통일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평불협의 대표적 문화교육 사업 중 하나이다. 13회를 이어온 대한민국 통일미술대전은 회화, 문인화, 서예, 조각, 공예 등 장르를 망라한 미술대전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제14회 미술대전은 오는 12월에 개최될 예정인데 10월 22일부터 24일 동안 작품접수가 진행된다.
회원을 희망하거나 반드시 불교도가 아니더라도 북한 사리원 금강국수공장 후원에 관심 있는 이들은 평불협 홈페이지(www.bubtanet.org)를 통해 안내받은 후 동참할 수 있다.
박향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