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11. 18.
自負心(자부심)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지난 11일과 12일 우리 대한민국은 G20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됐다. 세계의 중심에 섰다는 것은 앞으로 그 만큼 적도 많아지고 또한 그 만큼의 역할도 해야 한다는 책임이 뒤 따른다.
따라서 정치인들을 비롯한 우리 국민들은 자부심도 가져야겠지만 또한 세계 중심국에 선 국민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함은 물론이다.
G20이 끝나자마자 중국의 광저우에서는 아시안게임이 한창이다. 우리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은 세계 중심에 서있는 국가의 선수답게 메달 행진을 착착 이어가고 있다.
한물 간 것으로 평가되었던 수영의 박태환 선수가 200m 결승에서 중국과 일본 선수를 멀찌감치 떨어뜨리며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고, 사격의 김윤미 선수는 임신 7개월의 몸으로 2관왕에 오르는 등 우리 대한건아들은 예상외의 선전으로 애초 예상했던 메달 수보다 목표치를 올려 잡아야 한다는 소리도 들려 우리 국민의 자부심을 한껏 올려주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멕시코의 스포츠 영웅인 오초아 초청 골프 대회에서 우리나라 김인경 선수가 우승을 한 후 상금 전액(약 2억 5천만원)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는 훈훈한 소식도 전해져 더욱 우리 대한민국 국민의 자부심을 올려 주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스포츠만큼 공정하고 깨끗한 승부가 없다. 자기가 노력한 만큼의 성적이 나오고 그 결과에 따라 富(부)가 형성되고 인기와 명예가 따른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포츠 스타들은 돈만 많이 벌었지 하는 행동이나 스캔들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 선수들은 하나같이 국격을 높이고 우리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주고 있으니 한 사람 한 사람이 보배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우리 국민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G20 같은 세계적인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름으로서 갖는 자부심과 우리 스포츠 스타들이 세계에 명성을 떨치며 주는 자부심 중 어느 것이 더 값지고 오래갈까?
정부가 나서 승용차 홀짝제를 권유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게 하고, 지하철의 쓰레기통은 잠시 없애고, 정화조 업체는 휴무하도록 하는 등 알게 모르게 시민을 불편하게 하면서,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주는 이런 큰 행사를 치르니 조금의 불편은 감내 하라고 한다면 과연 몇 명이나 자부심을 느낄까?
외국의 정상들이 우리 국내 정치 상황이나 우리 국민의 삶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법한데 정상회담 기간 중에 쓰레기통이나 치우고 음식물 쓰레기차가 안 다닌다고 우리나라의 국격이 얼마나 올라갈까?
물론 세계정상들이 모여 세계의 금융문제나 환율문제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배려 문제 등 지구촌이 하나 되는 문제를 토론하고 합의하는 일이 스포츠 스타들의 메달 백 개보다 더 중대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대함과 자부심은 엄격히 다르다. 정치인들이 나서서 자기국가의 국격을 높이고 자기 스스로의 격을 높이니 국민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한다고 해서 없던 자부심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우리 국민이 가지는 자부심은 어느 한 행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고 감동적인 것에서 오는 것이다. 일회성 반짝하는 정책이나 행사보다는 정치지도자들이 국가와 국민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는 것, 그것이 국민의 자부심을 오래 가게 하는 일이고 국민의식도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