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11. 25.


여의도 정치와 客土(객토)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늦가을 한파가 한창이다. 날씨야 겨울이 다가오니 추워질 수밖에 없다지만 국정감사와 연말 예산 철을 맞아 여느 때 같으면 후원회를 여는 등 부산해야할 여의도 정치권이 말 그대로 살얼음판이다.
우리나라 정치 역사에 여의도 정치가 평화로웠던 적이 별로 없었겠지만 2010년에 맞는 여의도 정치는 이전의 이전투구와는 조금 달라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불리는 이재오 특임장관은 지난 4일 어느 발표회 자리에서 “객토를 하고 정치적 대결단과 정치 개혁, 정치적 변화 없이는 한국의 불신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하더니 20일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여의도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정치는 분명 지력을 다한 것 같다. 이젠 객토를 해야 할 것 같다”는 글을 올려 정치적 객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객토의 사전적 의미는 토양의 물리성과 화학성이 불량하여 농작물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농경지의 지력(地力)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다른 곳으로부터 적당한 성질을 가진 흙을 가져다 넣는 일이다.
말 그대로 해석해보면 현재 여의도 정치는 한계가 왔으니 다른 곳에서 인재들을 모아 새로운 정치세력을 모아야 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객토란 그 땅의 흙을 다 버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흙과 새로운 성질의 흙을 적당히 융화시켜 기름진 땅을 만들고 그 땅에서 알찬 곡식을 생산하려는 것이다.
우리정치는 지난 노무현 정권과 현재 이명박 정권에 상당한 객토를 한 것으로 안다.
지난 정권에서는 40대를 법무장관으로 발탁해 검찰을 젊게 만들었으며, 국세청과 경찰도 386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갈아 치운 적이 있다.
현 이명박 정권도 서울 지역만 봐도 40명의 국회의원들 상당수를 젊은피로 수혈했으며, 이미 전 정권에서 객토를 해버렸기 때문에 역시 상당히 젊은축에 드는 인사들이 검찰과 국세청, 그리고 경찰의 총수에 포진하고 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도 젊음을 강조한다고 한다. 물론 한 살이라도 젊으면 생각도 건전하고 조직에 대한 충성과 발전을 가속할 수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정권과 이번 정권을 거치며 나이만 젊다고 반드시 건전하고 조직에 도움되는 것이 아니라 그 좋은 머리로 자신의 榮達(영달)을 더 꾀하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
따라서 이재오 장관이 말하는 객토는 지난 정권과 이번 정권과는 다른 객토이기를 바란다. 그가 어디서 어떤 흙을 파올지 궁금하지만 분명한 것은 객토는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국 각지에 좋은 흙이 많다. 문제는 그 흙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현재의 흙들이 자신과 비슷한 흙들을 또 추천하고 포장해 그 흙으로 객토한다면  땅의 색깔만 바뀌었지 형질은 그대로여서 바라던 곡물을 얻지 못하고 땅을 영영 버려야 할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비싼 땅을 버릴 수도 없고 겉으로 봐서는 흙이 비슷비슷해 보이니 어떤 흙을 골라야 할지 객토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나저나 지금 있는 흙들이 자기가 객토 대상이라는 것이나 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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