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11. 26.
도서명: 성곽을 거닐며 역사를 읽다
저 자: 홍기원
출판사: 살림인문
출간일: 2010-10-22
가 격: 14,500원
책소개
600년의 왕도 서울을 에워 돌며 굽이치는 파란만장한 역사
서울 성곽은 단지 성곽이라는 물질적 형태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의 서울 성곽은 조선 시대뿐 아니라 대한제국 시기, 일제강점기, 해방 후 이승만 시대, 박정희 시대,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역사의 흔적이 담겨 있는 커다란 그릇이다. 그 그릇 속에 우리들이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세월의 영욕과 시대의 부침이 물결치고 있으며, 또한 한 많았던 우리 선인들의 고단했던 삶과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숨 쉬고 있다. 그러므로 서울 성곽을 따라 걷는 답사 길인 『성곽을 거닐며 역사를 읽다』는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과거와 현재의 매듭을 단단히 붙들어 주는 기록이자,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가 그득 담겨 있는 손때 묻은 보따리가 된다.
역사의 더께 뒤에 가려진 서울 성곽의 진면목을 읽는다
한때 순교자의 문으로 불리던 서소문은 도시계획이라는 명목 아래 일제에 의해 헐린 채 생명을 다했다. 도성의 동남문이었던 광희문은 일제강점기에 문루가 무너져 내렸고, 뒤이은 박정희 정권 시대에 도로 확장 공사를 하는 와중에 아예 본래의 자리에서 쫓겨났다. 그런가 하면 500년을 넘게 이어 온 서울의 얼굴 숭례문은 2008년 안타까운 화재 사고로 소실되고 말았다. 그러나 서울 성곽은 그 무수한 역사의 시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
서울 성곽은 등하교 시간마다 학생들로 북적이는 학교 담을 따라 끈질기게 피어났고, 새롭게 복원된 시민 공원 둘레로 이어졌으며, 인왕산과 북악산, 낙산과 남산의 줄기를 따라 굽이굽이 되살아났다. 『성곽을 거닐며 역사를 읽다』는 이처럼 퍼덕퍼덕 살아 꿈틀거리는 서울 성곽 그 자체다. 이 땅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역사적 정체성을 심어 주려는 목적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저자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지금껏 존재 자체도 모르고 무심결에 지나쳐 버릴 수 있었던 소중한 역사의 흔적을 가슴속으로부터 일깨워 주는 값진 선물이다.
세밀한 발걸음으로 촘촘히 엮어 내는 서울 성곽 도보 답사 길
성곽 돌에 새겨진 작은 흔적 하나에도 전문가다운 날카로운 감식안을 들이대는 저자의 솜씨는 예사롭지 않다. 또한 각 장마다 들어 있는 답사 코스에 대한 친절한 설명과 풍부한 사진 자료 및 약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든든한 안내자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우리 역사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열정, 치밀한 시선과 정성스런 손길로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는 저자의 진심이야말로 책을 읽는 독자의 가슴을 적시기에 충분하다.
이 책 『성곽을 거닐며 역사를 읽다』의 서울 도성 역사 걷기는 가족 산책길로 적당한 거리인 도보 2~3시간을 소요 시간으로 잡고 모두 네 구간으로 나누었다. 숭례문을 지나 인왕산을 오르는 구간, 북악산을 넘어 낙산으로 향하는 구간, 동대문을 지나 장충단으로 돌아서는 구간, 남산의 숨결을 느끼며 다시 숭례문으로 향하는 구간이 그것이다. 모든 답사 구간이 때로는 상상력의 나래를 활짝 펼치고, 때로는 가슴 아픈 역사의 흔적에 안타까워하고, 때로는 우리 성곽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게 해 주는 길이다. 저자와 함께 그 길을 다 걷고 나면 어느새 서울 성곽의 4대문과 4소문이 역사의 더께를 털고 한층 친근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와 있을 것이다. 이제 그 환상적인 시간 여행 속으로 한 발 한 발 기분 좋은 발걸음을 옮겨 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