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12. 02.
政府(정부)와 찜질방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북한이 지난 23일 연평도에 무자비한 폭격을 자행해 우리 자랑스러운 해병대원2명과 민간인 2명이 사망하고 수 백 명의 민간인들이 연평도를 떠나 피난길에 올랐다.
북한군이 170여발을 쏘는 동안 우리 軍(군)은 13분을 지체한 후에 100여발을 쏘았느니, 군장비가 녹슬었느니, 국방장관이 사퇴하느니, 청와대 참모 중 상당수가 군대 미필자라 참모진을 개편해야 하느니,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담화문 발표 등 연평도 폭격사건이 일주일 동안 우리 정부와 군은 그저 이말 저말 말잔치만 한창이다.
우리 군과 정부가 북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위치에 있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북한의 김정일 집단이 아무리 미친개처럼 날뛰어도 이를 몽둥이로 다스릴 수 없는 입장도 이해한다.
그러나 천암함 사건이 일어난 지 채 1년도 안되어 이렇게 당해야 하는 현실에 자존심 상한다. 사건이 지난 후에야 뒷북치고 허둥대는 일이 반복되는 현실에 어리둥절하기도 한다.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지하벙커에 들어갈 것이 아니라 전투복을 입고 현장에 나가보던지 정 어려우면 정든 집을 떠나 인천의 한 찜질방으로 피난해 움츠리고 있는 주민들을 찾아보는 쇼라도 했으면 마음이라도 편하겠는데 현실적으로 그마저 어려운가 보다.
찜질방에 모여든 수 백 명 주민의 마음속에 지금 가장 고마운 사람은 누굴까? 대통령도 아니고, 인천시장도 아니고, 옹진군수도 아닌 찜질방 사장이라고 한다. 물론 대통령이나 시장 등 높은 분들은 사후처리 등 크게 할 일이 많아서 피난 나가있는 까짓(?) 몇 백 명은 눈에 들어올 리도 없겠지만 피난민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들은 서울이 공격받으면 우리 역시 부산이나 광주에 가서 찜질방 신세를 져야 할 것 같은 동병상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찜질방은 저렴한 가격으로 한 여름에 더위를 피하기도 하고, 여행지에 숙박이 어려울 때 찾기도 하며 추운 겨울철에 지친 몸을 푸는 장소였으며 이제는 피난민의 숙소로 까지 이용되어 우리서민의 친구로 자리매김했다.
반면에 정부는 비싼 세금을 거두어가면서도 국민에게 짜증을 주며, 국민의 목숨과 재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찜질방으로 몰았으니 정부와 찜질방의 역할이 바뀐 것 같아 영 씁쓸하다.
군 당국과 대통령의 울분을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청와대 참모들이 군대를 갔다왔느냐의 여부도 그리 큰 문제도 아니다. 장비는 오래되면 녹슬 수도 있고, 교전수칙이 있어 제대로 응사할 수도 없으며, 한미연합사가 있어 지휘권 문제도 있는 줄로 안다. 그러나 상대는 북한 김정일이라는 악질이기 때문에 한 대 때리면 즉각 두 대를 때려야 우리 국민을 안심시킨다는 것은 꼭 알아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이 정신 줄 놓은 김정일 집단에 의해 분열되는 것도 보기 싫다. 우리 대통령과 군은 우리 대한민국의 영토와 국민의 생명, 그리고 재산을 지킬 의무가 있다. 전쟁에서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늘 수모만 겪으면서 “자꾸 그러면 나중에 혼내준다거나, 우리 힘센 형(미국)에게 일러바쳐 혼내주겠다”는 식이면 어쩌면 우리 국민이 가야 할 곳은 찜질방이요, 믿어야 할 사람은 찜질방사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국민의 힘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하는 데 정치권을 보면 그저 한숨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