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12. 09.


연평도와 정치인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전쟁 중일 때라도 서로 화합하는 모습북한에 보여줘야”

 

지난 달 23일 북한이 연평도를 도발한 지 2주가 지났다.
대한민국은 국방장관을 바꾸고 대통령의 담화 발표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만약의 사태에 대처하면서 연평도 주민에 대한 보상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연평도 피격 후 연평도를 방문한 인천시장은 소주병을 보고 폭탄주라고 하질 않나, 연평도에서 군의관을 지낸 어느 의사가 낸 후원금을 마치 자기가 주는 양 행세해 구설수에 올랐고, 여당의 대표는 보온병을 들고 포탄이라고 말하는 해프닝을 연출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인천시장이나 여당의 대표가 장난 끼가 있어서 그런 실수를 한 것으로 보진 않지만 연평도 사태는 엄연히 북한 도발에 의한 전쟁임을 잊어서는 안 될 일인데 지도층의 처신이 영 못마땅하다.
북한은 작심하고 포탄을 쏘아대고, 우리 대한민국은 당하기만 하면서 말로만 큰소리치는 와중에 북한이 또 다른 도발을 준비한다는 등 최전선의 상황이 어수선 하기만하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아직 어린 줄만 알았고 컴퓨터 게임만 즐기는 줄 알았던 우리 젊은이들의 해병대 지원율이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나라를 지키는 사람은 역시 말로만 떠드는 정치인들이 아니고 우리 피 끓는 젊은이들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든든하기 짝이 없다.
우리 청년들은 이러한데 정부는 이틈에 한미FTA를 성사시켜 여야 간의 분란을 야기시키고 있으며, 서울시는 무상급식 예산을 놓고 한나라당 소속 오세훈 시장과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가 힘겨루기를 하고,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경남도의회는 경남도의 무상급식예산 235억 중 118억원을 삭감시켰고 김두관 지사는 반드시 예산을 되살리겠다고 벼르고 있다고 한다.
지금 전방에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북한의 도발에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연평도 한번 방문으로 이 같은 사실은 까맣게 잊고 여야 간에 서로 으르렁 거리고 있는 형국이다.
전쟁나면 자동차나 쇠고기가 무슨 소용이며, 4대강이나 아이들의 무상급식이 무슨 소용인가. 아무리 우리 정치가 대화와 타협이라는 기본적인 것을 무시한지 오래됐다고 하지만 이건 좀 심하다.
평화 시에는 정치인들 배운 것이 싸움이니까 그러려니 했지만 연평도 전쟁 2주 만에 政爭(정쟁)모드로 접어드는 한심한 우리정치권의 작태를 보고 북한 김정일 집단은 무슨 생각을 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연평도 전쟁도 전쟁이고 여야 간의 政爭(정쟁)도 전쟁이라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 제발 남북 간의 전쟁 중일 때라도 여야 간의 정쟁을 중단해주길 바란다.
정치한다는 사람은 많지만 진짜 政治家(정치가)를 만나기 어려운 시대인 것도 현실이다.
정치인으로 크게 성공하려면 사실 이런 때인데 그것도 모르면서 좌충우돌하는 정치인들, 연평도로 가서 이런 나라 사정을 보고 북한 김정일 부자가 낄낄대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합숙훈련이라도 한번 해보라. 그러면 혹시 애국심이 생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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