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01. 19.
法(법)과 常識(상식)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신묘년이 시작하자마자 이른바 ‘함바게이트’로 세상이 시끌시끌하다. 한편에서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감사원장 내정자인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상식에 어긋나는 수입에 또 어수선하다. 고위 공직자들이 돈 때문에 검찰에 불려 다니고 돈 때문에 공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보면 돈과 권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함수 관계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함바라는 말은 일본말 ‘한바(飯場)’에서 온 말로 원래는 건설 현장 노무자들의 숙소를 뜻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공사장에 가건물로 지은 임시식당을 말한다. 이 함바식당이 갑자기 유명해졌다. 전직 경찰총수와 해양경찰청장이 등장하는가 하면 국회의원과 장차관, 심지어 청와대 감찰반장의 이름까지 줄줄이 나오는 거대게이트가 되었기 때문이다.
함바식당은 건설현장의 노동자들이 찾는 안식처다. 이 함바를 운영해서 얼마나 이익이 나는지 모르지만 이번 사건의 브로커로 알려진 유모씨를 통하지 않고서는 함바를 운영하기 어려우며 심지어 함바를 직접 운영하는 사람은 유씨의 얼굴도 모르고 중간 브로커에게 돈을 건넸다고 하니 유모씨란 사람, 참 대단한 사람인가 보다. 사정이 이정도 되면 유모씨의 행적이 벌써 사정 당국에 포착되었을 텐데 이제 와서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보니 이 사회가 참 허수룩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간 무소불위의 유씨 행적이 더욱 궁금해진다.
경찰청장과 천 번 이상 통화를 할 정도면 둘의 관계를 짐작케 할 만한데 유씨가 어떤 이유에서 고위 공직자들의 이름을 술술 불어대는지 모르지만 어찌 보면 유씨는 참 치사한 인간이라는 생각도 들고 법을 지켜야할 고위 공직자들이 그까짓 돈 몇 푼에 이성을 팔았다는 사실이 우리 공직사회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 같아 충격을 준다.
함바집을 운영해서 그렇게 많은 돈을 브로커에게 준다면 상당한 수익을 낸다고 할 수 있으며 그 돈이 권력자들에게 흘러간다면 이는 결국 건설 노동자들의 피와 땀의 결과물을 권력을 쥔 자들이 거둬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동안 함바집 밥은 저렴하고 맛있으며 서민들의 안식처인줄 알았는데 브로커들과 고위공직자들의 수입원이었다는 사실에 노동자들은 밥맛이 떨어진다. 전관예우의 7개월 수입이 7억원이라는 말에 근로자들은 일할 기분이 사라진다.
法(법)이란 우리 국민이 지켜야할 보편타당한 常識(상식)이다. 고위 공직에 오르려면 누구보다 상식을 갖춘 사람들일 것이고, 그 상식을 바탕으로 해서 법을 만들고 그 법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위에 군림한다고 믿기 때문에 우리 국민은 군말 없이 법을 따르고 역시 법에 의해 정해진 세금을 내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 법을 지키고 사는 사람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신묘년을 시작하는 새해부터 이런 일이 터지는 것을 보면 금년 한해는 각종 권력게이트가 터지고 권력투쟁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신호탄으로 보인다.
이제라도 함바를 운영하는 분들은 함바집 밥값을 내릴 수는 없겠지만 브로커들이나 권력자들에게 상납하는 돈, 그 돈으로 노동자들에게 고기 한 점이라도 더 얹어 주어 밥맛이 살아나게 해주고, 고위 공직자들은 법은 어기더라도 제발 상식이라도 지켜가며 나랏일 해주어 근로자들의 사기를 진작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공직자들이 법을 경시하고 그래서 가벼워진 법을 바로 세우고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공정한 사회의 시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