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01. 21.
1박 2일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요즘 구제역 파동으로 농가에 시름이 가득하고 96년만의 한파로 서민들의 삶은 험난해지고, 국민에게 짜증을 유발하는 정치권의 청문회와 함바게이트로 우울한 날을 보내던 중 지난 일요일(16일)에 아이들과 TV를 보면서 오랜만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강호동이 이끄는 \'1박 2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연말연시 특집으로 네팔 출신, 방글라데시 출신, 파키스탄 출신, 캄보디아 출신, 미얀마 출신 등 5명의 외국인근로자들과 \'1박 2일\' 멤버들이 강릉 겨울바다 여행을 떠나는 내용으로 평소처럼 그저 재미있는 리얼 버라이어티 게임으로 알고 시청하던 중, 후반부에 이들 동남아 근로자들의 부인과 가족이 있는 고향집에 직접 찾아가 가족들의 영상 편지를 담아온 것은 물론 가족들을 직접 초청해 촬영장에서 기적 같은 만남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필자는 몇 년 전 베트남을 여행 중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은 좋은데 한국사람 싫어요!” “일본은 싫은데 일본사람은 좋아요!”라는 말을 잊을 수가 없었다. 말로만 들었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하다가 지난해 ‘방가방가’라는 영화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착취하는 일부 한국 사람들의 몰지각함을 부각하는 내용을 보고 한국인이라는 것이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이제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닌 우리 국가생산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사람들이지만 일부 한국 사람들 때문에 대한민국사람 전체가 비난을 받는 것에 대해 속상해 하고 있던 차에 이번 1박 2일이라는 TV오락 프로에서 대부분의 우리 한국사람들이 동남아 근로자들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
강호동의 진정한 눈물도 있었지만 1박 2일을 시청한 사람이라면 아마 상당수의 한국인이 함께 눈물을 흘렸으리라 믿으며 그 눈물을 보는 동남아인들의 응어리진 마음도 조금은 풀렸으리라 믿는다.
지금 동남아를 비롯한 중국에 한류 열풍이 불고 있으며 한편에서는 한류를 깎아 내리려는 시도가 엿보이고 있다. 한류라는 것은 우리 문화콘텐츠 산업을 발달시켜 수출도 늘리지만 결국 국격을 높여 국가신인도를 올리는 것은 물론 한국을 찾는 관광객도 많아져 세계에 우리 대한민국을 알리는 일거양득인 것이다.
이런 한류 열풍에 찬물을 끼얹던 외국인 근로자 문제가 이번 1박2일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은 우리의 친구라는 점을 부각시켰고, 불과 다섯 사람이지만 출연한 외국인근로자들과 그 가족들은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그들의 애환에 진심으로 눈물 흘렸다는 사실을 알았으리라 믿는다.
이 프로를 기획한 방송사 관계자 여러분께 국민의 한사람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이런 프로그램을 일과성으로 끝내지 말고 지속적으로 방송해 국민을 일깨우고, 정부가 풀지 못하는 문제를 현명하게 풀어나가는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계속 해주길 바란다.
심심풀이 오락프로가 매서운 한파를 녹이고 우리 국민을 한마음으로 묶어주는 감동이라니, 그래서 우리나라는 아직 희망이 있는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