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01. 21.


“국민이 안심하고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정치의 근본”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원칙을 지키며 진정성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풀어가는

우원식 민주당 대외협력위원장

 

 

 

 

우원식(53) 전 국회의원(17대, 서울 노원 을)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올해 야당과 범 진보진영의 연대통합을 위한 대열의 선두에 선 민주당 내 대표적인 진보개혁세력 인물이다.
작년 연말 한나라당의 예산안 날치기 처리를 비판하며 원외투쟁을 이끌었던 우원식 전 의원은 ‘MB.한나라당 심판 야당·시민단체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를 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로도 꼽힌다.
현재 민주당 대외협력위원장인 우 위원장은 ‘범국민연대와 야권연합추진특별위원회’(위원장 이인영, 이하 연대연합특위) 부위원장에도 임명됨으로써 본격적인 범 진보진영 통합을 향해 시동을 건 민주당의 행보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인물로 부상했다.
마침 연석회의 첫 회의를 앞두고 있는 우 위원장을 지난 11일 아침 여의도에서 만나 민주당의 사정을 들을 기회를 가졌다.    

  

- 민주당의 대외협력위원장으로서 연석회의에 참여하시는데, 계획은 어떻습니까?
“오늘 처음으로 연석회의가 개최됩니다. 연석회의는 4월까지의 한시적 연대체라고 보면 되는데요. 연말에 이뤄진 새해 예산안 날치기라든지, FTA비준문제, 평화체제 등 여러 현안을 한 곳에서 논의해가며 해결책을 찾기 위해 구성됐습니다. 민주당과 민노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4당과 참여연대, 진보연대, 4대강범대위 등 범 민주세력이 참여하게 됩니다. 아마 2월 국회에서는 앞에서 말한 현안 외에도 종편 선정문제라든지 KBS수신료인상도 다뤄야 할텐데, 2월 중순쯤 전국적 집회를 열어서 종편 선정취소 선포를 할 예정이고, KBS수신료인상에 대한 투쟁도 선포할 것입니다. 날치기 처리된 예산안 때문에 피해 본 사람들을 모아서 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입니다.”

 

- 연석회의와 더불어 민주당에서는 진보진영의 연대통합을 위한 연대연합특위도 띄웠는데요, 두 조직이 어떤 관계를 갖게 되나요?
“연대연합특위에서는 연대를 통해, 최종적으로는 4월 재보궐 선거와 내년 총선 그리고 대선에 이르는 후보단일화를 목표로 하게 됩니다. 후보단일화를 위한 연합과 정당연합 더 나아가 정당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후보단일화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저는 특별위원회 상임부위원장으로 참여하게 될 거고요, 대외협력위는 사안별 연대로, 연대연합특위는 후보연합, 정당통합이 목표입니다. 목표를 이루는 게 난해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대외협력을 잘해야겠지요. 기본적으로 신뢰가 있으면 됩니다.”

우 위원장과의 인터뷰 후 열린 연대연합특위 1차 회의에서는 연석회의를 현안에 대한 공동투쟁을 해나가는 국민운동체 체제로 재편할 것을 결의했다.

 

- 민주당과 진보진영간의 연대에 있어 어려움이 예상되는 것도 사실인데요. 예를 들어 민노당과 비정규직법 처리를 놓고 대립했던 일도 있고요, 국민참여당과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과거 국보법 폐지를 두고 민노당과 연대투쟁을 했었고, 비정규직법을 놓고 견해차를 보이는 듯했지만 서로가 그 법에 대한 취지를 잘 알고 있던 상황이라서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민노당  또 진보신당은 진보 쪽의 지지 때문에 선명성을 보여줘야 했고 그 이해관계가 일부제한 된다는 것 때문에 대립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법이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것이었음을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지만 사회경제정책을 둘러싼 약간의 견해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참여당의 경우는 친노중심세력의 적통이라는 주장에 얽힌 어려움이 있지만 다름보다는 같은 점이 더 많습니다. 인맥상으로도 통하는 게 많고 서로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정책연대는 쉽겠지만 다만 이해관계 조정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지요.”

 

 4월 27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참여당은 경남 김해을 지역에 이봉수 전 농업특보를 후보로 확정하고 독자적인 선거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당장 얼마 남지 않은 선거에서의 국민참여당과의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통을 잇는다는 것 때문에 민주당도 양보하기 어렵습니다. 국민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이기는 후보를 내야 합니다.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는 방법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해야 할 것입니다. 한나라당 심판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열린 마음으로 대화해야 합니다. 토론이 가능할 것입니다.”

 

- ‘국민적 관점’을 해석하는 데도 엇갈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견해가 부딪칠 때 조율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두신 게 있습니까?
“아직 구체적이지 않지만, 여러 방법을 모색할 것입니다. 문제는 분당지역입니다. 분당지역이 아마도 범 진보진영 협력의 꽃이 될 것입니다. 분당이 강남과 비슷한 구도를 지니고 있어 민주당과 진보진영에 다소 불리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잘 판단하고 협력 잘 해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 합니다. 분당지역 선거가 협력의 꽃입니다.”

우 위원장이 강조한 경기도 분당을 지역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임태희 전 의원의 사퇴로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현재 한나라당에서는 박계동 전 사무총장이 후보등록을 마치고 사무소를 연 상태고 이외에도 강재섭 전대표,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출마 가능성도 오르내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여당이 유리한 지역구라고 판단되는 터라 거물인사들의 출마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 위원장에 의하면 이 여당 우세지역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범 진보진영의 연대를 통한 건곤일척의 승부를 기대하고 있는 듯해 보인다.

 

- 그림을 좀 더 크게 그려서, 2012년은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십니까? 시대정신이 있다면 어떤 것이겠습니까?
“2012년 총선, 대선국면은 민주당에 유리한 편입니다. 지금대로 간다면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안이하게 생각할 일도 아닙니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를 한나라당에서 거부한 것은 한나라당이 위기를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MB와 싸우면서 지지도를 끌어올리려 할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국민들에게 한나라당도 변하는 거라는 인식전환을 가져올 수도 있고, 총선에서 비등한 싸움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정당간 연합이 그래서 대단히 중요합니다. 결국 대선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에 신뢰의 폭을 더욱 넓혀서 통합을 이뤄내야 할 것입니다. 한나라당 쪽에서는 박근혜라는 강력한 주자가 있지만 이쪽은 없습니다.”

 

- 박근혜 전 대표는 ‘한국형 복지’를 발표하면서 대권행보를 내딛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복지와 어떻게 다릅니까?
“복지는 진보진영에서 먼저 꺼냈습니다. 이상이 교수(제주대 교수,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의 역동적 복지 개념은 복지정책 수립에 큰 역할을 했고요. 복지는 다음 대선에서 화두가 될 것이고 또 시대정신이 돼야 합니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잖습니까. 무상시리즈를 내고 있는 민주당과 그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있습니다. 그 틈에 박근혜 전 대표가 끼어든 것이죠. 박 전 대표의 경우 친환경무상급식 얘기부터 해야 합니다. 그런데 논쟁하지 않고 당과 싸우지도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진정성이 없습니다. 복지예산을 어떻게 내올 것인가, 4대강사업은 안 된다, 이렇게 나와야 합니다. 예산 얘기 않고 복지 얘기 한다는 것은 자신을 정치세력으로 봐주길 기대할 뿐 진정성이 없습니다. 복지 논쟁 와중에 들어오긴 했지만 그 출발도 아니고 제대로 하지도 않았습니다. 4대강 얘기 없이 어떻게 복지 얘기를 할 수 있습니까?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자 중 40% 정도는 실질적으로 유보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박 전대표의 지지도는 허약합니다.”

 

- 그런 박근혜라면 한나라당에서 흔들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박근혜가 상수로 있는 게 민주당 입장에서 좋은 건가요, 어떤가요?
“그건 모르겠습니다. 박근혜 전대표 얘기는 그만하지요.”

 

2008년, 대선에서 패한 민주당은 전열을 재정비하며 새 당대표 선출을 앞두고 있었다. 우 위원장은 대세를 쥐고 있던 손학규 당시 경기도 전 지사에 맞서 출마를 했고, ‘다크호스’로 당내외 주목을 받았지만 낙선했다. 작년 9월, 6·2지방선거를 통해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1개 기초단체장을 탈환한 민주당의 서울시당위원장 선거가 있었다. 우 위원장은 현직 의원이 아니었지만 출마를 해서 김성순 현직의원과 경합, 63표차로 낙선했다. 최근 일련의 선거에 대한 심경을 물어봤다.


“2008년 당대표 출마는, 손지사가 한나라당에서 온 사람인데 어떻게 쉽게 뽑아줄 수 있느냐, 민주당 내에 새로운 세력이 있다, 의미있는 목소리를 보여주자는 생각들이 있어서 그 대표격으로 출마한 것입니다. 서울시당위원장은 해보고 싶었습니다. 진짜 한 번 해보자고 나간 것인데, 역시 현직 재선 의원과 맞붙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당내 어려운 문제들도 있어서 쉽지 않았습니다.”

 

- 자신과 맞지 않는 정책 또는 사람이 있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 편입니까?
“진정성을 가지고 열심히 활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회의원의 경우 현안으로 올라오거나 제안되는 법안을 다 안다는 것은 힘듭니다. 잘 모를 수 있습니다. 법을 잘 알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게 중요합니다. 대화를 충실히 하는 것입니다. 더 어려운 것은 이해관계인데요, 이해를 잘 셰어(share)하는 것, 그 협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덧붙여 우 위원장 자신은 원칙을 지키려 하고 고집이 센 편이라고 자신을 평했다. 마지막으로 정치인으로서의 계획을 물었다.

“국회의원 4년 중 가장 기억나고 의미 있었던 일은 江(강)의 발원지부터 시작해서 강을 따라 쭉 걸으며 순례를 했던 일입니다. 그 때 걸었던 강들이 섬진강, 금강, 한강, 낙동강 등입니다. 환경이라는 측면도 있고 강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사람을 보고 사는 곳을 봅니다. 모든 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현장에서 답을 찾습니다. 법이 아무리 잘 돼 있어도 현장에서 문제가 있으면 해결이 어렵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노원 을)를 잘 살피려 합니다. 지신밟기라고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며 얘기를 들으려 합니다. 듣고 있기도 하고요. 그때그때 직책에 맞게 활동하면서 정치활동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내년 총선에 나가 재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우 위원장은 의원시절 동부간선도로 확장공사 예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기획예산처와 건설교통부에 끈질기게 요구해 이뤄낸 것이다. 다시 지역구에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우 위원장과의 인터뷰 마지막은 평화의 소중함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작년 10월 경색국면 와중에서도 성사된 남북이산가족 상봉 때 우 위원장은 북에 있는 두 분의 친누나 중 한 명과 상봉 했다. 우 위원장의 이산가족 사연은 독립운동에 평생을 바친 아버지가 두 딸을 고향에 보낸 후 그대로 생이별을 하게 된 경우이다. 100세에 가까운 노모를 모시고 간 상봉장에서 누나를 처음 봤을 때 일말의 주저도 없이 ‘누나, 잘 있었어?’라는 말이 바로 나왔다고 한다. 어색함이나 거리감이 없었다고 한다. 혈육은 어떤 다른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담아 말했다.

 

“상봉 전에는, 나는 이산가족 이다, 라는 생각만 있었는데 막상 상봉 후, 나는 진짜 이산가족이 됐습니다. 어머니의 한 맺힌 한을 봤어요. 그리고 잔인한 헤어짐이 있었습니다. 헤어짐은 잔인하더라고요. 헤어진 뒤 온몸의 관절이 아팠습니다. 상봉 후 어머니께서 ‘다음 대선에서 너희가 반드시 이겨야겠다’ 라고 말씀하셨어요. 이명박 정권 하에서는 가족 상봉 같은 인도적 교류마저 어려움을 겪었는데 평화를 위해 남북교류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인도적인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상봉 후에 자유총연합 같은 보수진영 쪽 모임이나 노인정 등을 방문하여 얘기할 기회가 있을 때 그런 말을 했더니 남녀노소 모두 박수치며 찬성하더라고요. 남북교류 확대가 중요합니다.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평화를 관리하는 것, 관리돼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정치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흔히 정치인하면  말바꾸기와 막말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우원식위원장은 달라보였다. 우선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진정성이 내포해 있으며,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답게 매사에 신중한 자세가 엿보였다. 우위원장이 꿈꾸는 세상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파악 못했지만 가족을 사랑하듯 국민을 사랑하는 평화주의자로 느껴졌다.


박향자 기자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