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02. 16.


화가 박경란, 12번째 개인전“하늘정원에 핀 백만송이 꽃”개최

 

 

 

 

지난 2. 10일(목) 오후5시 겔러리세줄(종로구 평창동)에서 박경란 화가가 12번째 개인전 “죽어야산다”라는 타이틀 아래 ‘하늘 정원에 핀 백만 송이의 꽃’을 개최했다.

박경란 화가의 열두번 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회는 다양한 오브제 실험을 해온 이전 작업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그 이미지가 한층 단순, 강열해지고 작품의 의미가 복합적으로 확장되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차원의 전시회를 열어보이고 있다.

박경란에게 있어 오브제는 표현의 출발점이다. 화가가 일찍이 캔버스를 박차고 자연 속으로 뛰어든 것은 자연적 질료 안에 이미 생동하는 숨결, 완벽한 기하학적 도형과 조화, 보이지 않는 운율이 있어, 그것을 밖으로 끌어내 조합하고 배열하는 것만으로도 예술이 할 일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박 작가는 나무(장작 1981년), 돌(1981년), 천(삼배 1985년), 짚(새끼 1985년), 흙(2000년), 구은흙(2005년)을 오브제로해 작업을 해온 긴 세월 동안, 질료 하나하나가 지닌 물성의 특징을 알게 되었고 그 숨결을 이미지화해 사물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작업을 해왔다.

이즈음 박 작가는 빗물이 흘러내리는 유리창만 봐도 이미지가 보이고 배추가 차곡차곡 쌓여 있는 것만봐도 이미지가 보였다고 한다. 또 소용돌이 치는 시궁창물에 떠서 부유하는 스티로폼을 봐도 이미지가 보였고, 트럭에 실려 어딘가로 달려가는 이삿짐을 봐도 그 안에서 이미지가 꿈틀거리며 기어 나오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녀가 선택한 오브제는 그것 자체로서 다듬어진 완성품이 아니라, 오히려 이미 한차례의 완성 단계를 거친 뒤, 깨어지고 부서져서 더 깊은 데서 소통하고, 파괴와 창조를 동시에 사랑함으로써(타다만 장작, 낡은 새끼 등) 그 본연의 물성을 자연 회귀의 긴 도정에 올려놓고 미완의 기다림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그녀의 전기 작업이 오브제 자체가 지닌 메시지가 너무 강해 선언적 성격이 짙었던 데 비해 후기에는 자신의 말대로 오브제 안에 숨겨진 물성의 꿈을 이미지로 현실화 시키면서 오브제는 뒤로 숨고 이미지가 관객에게 말을 걸어오는 여러 겹, 즉 오케스트라적 소통의 장을 펼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5년 전부터 근무지(서울 북공고 교사)에서 학생들에게 도자기 수업을 하게 되면서 흙을 입체적이고 종합적으로 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번 박경란 작가 작업의 한 부분이 깨어지고 우그러지고 비틀어진 파편을 오브제로 삼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또한 3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만들어온 꽃의 형태로서 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영혼이 물화 된 것이다.

때문에 ‘꽃의 무덤’, ‘꽃의 부활(2층 전시)’을 ‘하늘 정원에 핀 백만 송이의 꽃(1층 전시)’으로 연결시킨 것은 작업이 ‘그림을 그리다’에서 ‘그림을 잃다’라는 명제로 이동했음을 말해주고, 그 것은 동시에 하늘과 땅, 소멸과 생성, 죽음과 삶의 거대한 환의 어느 자락에 그의 작업이 위치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번 전시회 전시기간은 2월 10일부터 3월 5일 까지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30분 까지다. (문의 : 겔러리세줄 02)391-9171)

이중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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