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02. 23.
욕쟁이 할머니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2007년 11월 대통령선거전이 한창일 때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국밥을 퍼주면서 "우리는 먹고살기도 힘들어 죽겠어 이눔아, 청계천 열어놓고 이번엔 뭐 해낼 껴?"라고 욕설을 퍼붓는 CF로 유명해진 욕쟁이 강종순 할머니가 요즘 장사가 안 된다고 하소연 한다고 전해진다.
이명박 대통령을 서울시장 시절부터 좋아했다는 강 할머니는 지난 19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 양반 외모는 날카롭게 생겼는데 마음이 여려. 누구는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오게 생겼다\'고 하지만 마음은 안 그렇다니까. 가락시장에 가서도 노점상 할머니에게 목도리 풀어주고…, 없는 사람들 정말 도와주려고 하는 마음을 느꼈어."라면서 여전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고 한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손님에게 욕을 하는 욕쟁이 할머니는 강 할머니 외에도 꽤 있다. 손님은 왕이라는데 할머니들이 손님들에게 막욕을 해도 손님들이 눈살을 찌푸리거나 대드는 일이 없는 것은 아마 대게의 할머니들의 욕속에는 무한한 애정이 가득 담겨있기 때문이다.
욕쟁이 할머니들은 아무에게나 욕을 하지 않는다. 술을 지나치게 많이 시켜 먹거나 술주정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식같아서 나무라는 것이고 점잖은 손님들과는 정을 나누기 위해 사투리와 반말을 섞어서 하는 것이다. 따라서 강 할머니가 비록 꾸며진 것이지만 대선 CF에 등장한 것도 나라를 잘 이끌라는 호통이었고 이명박 대통령의 성공을 비는 진심어린 애정에서 나온 욕이었으리라 믿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 후 처음으로 출입기자들과 북악산 등산을 한 후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오찬 간담회를 갖고 취임 3주년(2월 25일)을 맞는 소회를 밝혔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고 생각한 적 없다. 대통령은 정상에서 내려오는 게 아니라 5년간 평지서 달리는 것”이라며 레임덕은 없다는 자신감을 보였다고 한다.
이제 남은 임기 2년 동안 혹시 국정혼란이 오지 않을까를 걱정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선 이 대통령의 자신있는 모습에 안심하지만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계속 내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 같아 안타깝다.
국가를 운영하는 것은 기업을 운영하는 것과는 다르다. 기업체의 사장은 이익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만 커 가면 다른 사건들은 묻히지만 국가경영은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을 적재적소에 쓰는 일이기 때문에 참모들의 사소한 실수도 고스란히 대통령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비롯한 동남권신공항,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집권 후반기에 풀어나가야 할 당면과제가 많다. 그런 와중에 헌법개정이라는 문제를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
물론 세상이 급격히 변하기 때문에 법도 바뀌고 여러 가지 제도도 변해야 한다. 헌법을 개정하려면 우선 여당의 국회의원간의 합의와 야당과의 협상, 그리고 국민투표를 걸쳐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밀어붙이는 이유가 혹시 내년 총선에 여당의원들의 공천문제와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한 국민의 시선돌기로 보이는 것은 왜일까?
누가 뭐래도 이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걸어두고 손님들과 다투고, 비록 장사는 안 될지라도 오로지 이명박 대통령을 사랑하는 욕쟁이 강종순 할머니를 한번 찾아서 각본에 없는 진솔한 욕을 듣는 모습, 여야를 찾아다니며 구제역의 원인과 집권 후반기 구상의 협조 요청, 김정일과의 허심탄회한 대화로 국민을 안심시키는 모습을 보인다면 헌법개정 아니라 더 한 것도 쉽게 될 것 같은데. 그 일이 그리 어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