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03. 09.
사회지도층 현빈
김세현
행정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사회지도층이란 말을 자주 사용해 화제가 됐던 배우 현빈이 지난 3월7일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드라마의 인기에 편승해 새삼 사회지도층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사회지도층이란 누구인가? 그저 드라마에 나오는 돈이 많은 사람들인가? 정치하는 사람들인가? 교수집단인가? 목사님이나 장로님 혹은 유명사찰의 스님? 아님 대형 언론사 사장이나 법조인들인가?
사회지도층의 진정한 의미는 직업의 귀천이나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 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이냐에 달려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간 정치인들을 포함한 고위공직자나 재벌 그리고 언론과 학계, 종교계 등 이름 있는 사람들이 각종 사건사고에 연루되면서 아! 바로 저런 사람들이 사회 지도층이구나~ 라는 정도로 알고 있었고, 그 결과 사회지도층도 별거 아니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었다.
비록 드라마지만 그간 소위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추락했으면 백화점을 운영하는 젊은사람이 자기스스로를 사회지도층이라고 말할까? 라면서 웃으며 넘겼는데 이번 현빈의 해병입대를 보면서 현빈이야말로 배우가 아닌 진짜 사회지도층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개신교의 유명 목사는 이슬람채권이 국내에 들어올 경우 이명박대통령 하야운동을 하겠다고 했고, 어떤 목사는 대통령부부를 무릅꿇게 하는 과한 행세를 했다. 유명 방송국의 사장을 번갈아 차지했던 최문순 국회의원과 엄기영씨는 강원도지사 자리를 놓고 선후배끼리 볼썽사나운 말장난을 했다. 소위 장자연 리스트에는 유명 언론사사장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의 이름이 거론된다고 하며, 정치권은 정치자금법을 슬쩍 처리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고, 전 국세청장을 지낸 분은 그림 로비 및 기타 사건에 검찰에 불려다니고 있으며, 서울대의 어떤 교수는 제자폭행 등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강단을 떠나야 하는 실정이고, 광주의 한 판사는 자기 친인척을 법정관리인으로 채용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것이 현재 한국사회지도층의 모습이다.
물론 사회지도층 일부가 저지른 일이다. 대부분의 사회지도층들은 맡은바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믿는다. 단지 그동안 딴따라라고 한수 아래로 보던 사람이 지금은 사회지도층이라고 행세하고 군대 입대하는데 1,000여명의 팬들이 영접하고 있으니, ‘내가 진짜사회지도층인데’라고 우쭐하던 사람들 표정이 궁금할 따름이다.
이제 사회지도층이 다변화되고 있다. 돈과 권력만 있다고 해서, 남들보다 조금 더 배웠다고 해서, 자기들이 神(신)과 약간 통한다고 해서 우쭐대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현빈이 드라마에서 야유조로 사회지도층을 표방하고 있어 보이지만 그는 이미 진정한 사회지도층이다. 그가 해병대에 입대해서가 아니라 그가 타던 차를 유니세프에 기증해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들이 스스로를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기 때문이다.
군대에 간 젊은 사회지도층 현빈이 돌아올 즈음엔 자기가 무엇을 잘못하는지도 모르면서 살아가는 일부 잘못된 사회지도층들이 조금은 변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빈이 사회지도층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연기에만 충실하는 국민배우로 성장하길 바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