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03. 24.
부모와 자식
김세현
행정학 박사/호원대겸임 교수
남녀가 서로 만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면 십중팔구 아이를 낳게 된다. 7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먹고 살기 힘들어 아이를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가 난무하더니 요즘은 아이를 많이 낳으면 돈을 주는 자치구가 늘고 있으니 나라살림 규모가 조금은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
아이를 덜 낳는 다는 것은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늘어나고 있어 아이가 사회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엄청난 교육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하나만 잘 기르자는 풍토로 보인다.
따라서 아이를 키우고 그 아이가 성장해 부모를 공양하는 고전적인 전통은 점점 사라지고, 각종 연금제도가 자리잡아감에 따라 부모들은 자식에게 의존하기 보다는 각자 알아서 노후를 준비하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부모와 자식은 같이 살던 떨어져서 살던 그 어떤 관계보다 가깝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인심이 변해도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불변이다. 단지 기성세대가 살던 때는 먹이고 가르칠 아이들이 많았던 시절이고 지금은 아이의 숫자가 조금 줄었다는 사실과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아이들의 교육 수준에 조금 차이가 있다는 것일 뿐 부모의 헌신적인 자식사랑은 예나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부모의 자식사랑과 자식의 부모사랑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세상이 변해서가 아니라 자식은 성장하면 또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돌봐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부모보다는 자식을 먼저 챙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성장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다보면 어린 시절에 몰랐던 부모님의 소중한 사랑을 깨닫게 되고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려 하지만 자식 기르기에 정신이 없다보면 부모는 자연히 뒷전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가끔씩 섭섭해 하기도 한다. 자신도 과거에 부모의 사랑을 받았으나 아이들 가르치고 기르기에 바빠 소홀했던 것은 잊고 자기 자식의 무심함만 탓한다. 아무리 내리사랑이라고 하지만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그럴 수 있느냐”며 서운해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생각이 들면 자신이 늙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할 일이 없다는 뜻이며 잘못하다가는 자식의 아이 즉 손자들 뒤치다꺼리하는 신세 되기 십상이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내 아이들은 20세가 넘으면 내 것이 아니라 전혀 모르는 어떤 여자의 것이며 거기서 낳는 아이들의 또 다른 부모라는 사실을 실감해야 한다.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 줄 것이 아니라 그 돈으로 스스로 할 일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자식들이 안심하고 자기 자식들 돌보기에 전념할 수 있으며 또 그 자식의 자식들에게도 그런 전통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60청춘이라고 한다. 의학이 발달하고 삶의 질이 향상되어 지금 60세면 0.7을 곱한 42세 정도의 체력과 정신력을 가졌다고 한다. 사실이다. 필자가 강의하는 대학에도 도저히 60세라고 믿기 힘든 젊은(?)학생들이 청년들과 섞여 전혀 뒤처지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부모가 늙으면 자식이 봉양하는 낡은 사고방식을 깨고 뭐든 할 일을 찾는 도전정신이 아름다울 뿐이다.
아무리 늙어도 자식에게 기대지 않고 죽는 날까지 내리사랑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고 자식들에게도 알려주는 길, 그것이 요즘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요, 자식을 섭섭하게 생각지 않는 진정한 자식사랑, 나아가 가족이라는 개념을 끝까지 지키는 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