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05. 08.
천당과 지옥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사람이 살다가 죽으면 가는 세상이 천당 아니면 지옥이라고 한다. 천당은 천국으로도 표현되며 괴로움과 슬픔이 없고 오직 기쁨과 편안함이 있는 곳이며, 지옥은 반대로 온갖 고통과 번뇌가 가득해 고통만이 가득한 곳이라고 한다. 필자 같은 사람이야 무신론자라 천당과 지옥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지만(사실 현재를 살기도 바빠서 죽은 후를 생각할 겨를도 없지만)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 여부로 천당에 갈 수도 있고 지옥에 갈 수도 있다고 말한다.
지난 3일은 이슬람 알카에다의 수장인 오사마빈라덴이 미국 특공대에 의해 살해됐다고 전해진다. 빈라덴은 10년전 9.11테러를 일으킨 장본인으로 그동안 미국정부가 행방을 쫒던 인물이며, 이번 빈라덴이 살해 되자 수만명의 미국인들은 백악관으로 몰려와 이를 축하했다고 한다. 미국 측의 입장에서 보면 빈라덴의 저격은 지옥행이었고 알카에다 측에서 보면 빈라덴은 천당행이었겠지만 테러집단의 수장이 죽었다고 해서 남은 사람들이 이제 천국처럼 편안히 살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다른 나라 사정은 그렇다 치고 우리나라도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다. 분당을 지역은 역대 선거에서 한 번도 한나라당이 패한 적이 없는 지역으로 한나라당의 천당지역구로 여겨졌다고 한다. 그런 곳에서 한나라당이 패하자 한나라당 수도권 국회의원들은 천당아래 분당이 저지경이면 내년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는 치러보나 마나 지옥행으로 여기는 것 같다. 국회의원들이야말로 천당과 지옥을 경험한 유일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이야 한 번 죽으면 끝나지만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을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들은 당선과 낙선은 그야말로 천당과 지옥을 넘나드는 것이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을 때는 가는 곳마다 上席(상석)이고 대접을 융숭히 받기 때문에 소위 얼굴때깔도 달라지지만, 일단 낙선하면 얼굴 들고 다니기가 민망해 사람 만나기가 싫어진다고 하고, 얼굴도 파삭 늙어 보인다. 그러니 배지를 달면 천당이요 낙선하면 지옥행이란 말이 그리 틀리지 않는 말일지도 모른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천당과 지옥을 결정하는 자기들의 신을 믿어야 하지만 정치하는 사람들은 국민의 뜻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넘나들어야 하니 딱한 노릇이다. 종교인들은 자기들의 신을 직접 만날 수 없기 때문에 중간의 목회자들에게 의지해 사후세계를 빌기라도 한다지만 정치인들은 자기의 능력이나 지역구 활동보다는 민심의 변화에 의해 천당행이냐 지옥행이냐가 결정되는 상황이니 의지할 사람 찾기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대표의 인기가 친이계에서도 상한가라고 하며 당장에 黨(당)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고 한다. 사기가 오른 친박계는 천당아래 분당이 아니라 실제로 分黨(분당)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친박계 국회의원도 나오는 실정이다. 한나라당의 정치인들도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자기가 믿는 神(신)보다 박근혜 전 대표를 더 필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보면 박근혜 전대표가 정치인들의 천당과 지옥행을 결정하는 살아있는 神(신)이 된 느낌도 든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정치가 바람에 의해 좌지우지 되다보니 생기는 일시적 현상이기도 하지만 정치인들이 당선과 낙선을 천당과 지옥으로 생각해서다. 또한 정치인들의 소신이 부족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비록 자기 잘못은 아니더라도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집권당이 함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며 민심을 묵묵히 따르고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본인과 나라에 더욱 도움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풍토가 바뀌어 인물위주의 선거도 되어야겠지만 우선 당선되고 보자는 식으로 행동하는 것, 당선을 위해 무조건 줄서기부터 하는 것, 믿지도 않는데 천당행을 위해 따르는 척 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바로 지옥행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