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05. 12.
選擧(선거)가 문제다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민주주의 꽃이 바로 선거며 지방자치는 꽃 중의 꽃이다. 그런데 그 선거 때문에 꽃도 피기 전에 뿌리가 통째로 말라 죽거나 파헤쳐지고 있다.
최근 양평군에 750억 짜리 종합운동장 건설과 200억원 규모의 백운테마파크가 추진되고 있어 말썽이다. 양평군은 일년예산이 3450억원이고 인구도 채 10만이 안 되는 중소 도시다. 이런 도시에 어마어마한 운동장과 테마파크라니 “양평 기둥뿌리 뽑히게 생겼다” 는 주민들의 원성도 이해할만하다.
양평군의 재정자립도는 24% 내외로 경기도내 자치구 중 꼴찌권이다. 물론 종합운동장이나 테마파크를 건립하면 郡(군)의 위상도 높아지고 수익도 늘어 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엄청난 재원을 마련하려면 빚을 지거나 국가 또는 경기도의 예산 지원을 받아야 한다. 물론 국가나 경기도의 지원금도 세금이고 양평군이 안게 될 빚도 현재 혹은 미래 세대가 안고 가야할 빚임은 틀림없다.
양평을 지역구로 둔 3選(선)의 정병국 장관은 “중앙정부가 지자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대안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자체의 낭비가 적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고, 문방위 소속 의원 당시 파악한 결과 지자체의 각종 국제행사에 낭비요소가 많았으며 건설비용만 3조3000억원이 들어간 전국의 문예회관이나 체육관의 활용도가 24%밖에 안 된다는 점도 공개했다고 전해진다.
1991년 시작된 지방자치는 중앙정부의 권력을 지방에 이양해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높인다는데 그 의의를 두고 있으나 20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 지방자치제도가 과연 성공적인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지방자치는 원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지역구 국회의원들에 의한 공천 잡음과 인사비리를 포함한 각종비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거기에 국민의 세금을 마치 쌈지 돈처럼 물 쓰듯 하며 자기 임기 중에 각종 선심성 사업과 건설 사업에 치중 하는 등 그 弊害(폐해)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어떤 제도이든 정착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지만 昨今(작금)의 지방자치는 그 度(도)가 이미 넘었다. 각종 사업의 남발 외에도 능력있는 지방의 공직자들이 줄서기를 하지 않으면 진급이나 보직이 어려운 실정이며, 선거에 의해 단체장이 바뀌면 대규모의 인사이동으로 어수선하기 일쑤다.
이번 양평군 사건은 빙산의 一角(일각)에 불과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뿌리가 튼튼하게 내리지 않으면 나무는 말라죽고 꽃은 기대하기 어렵다. 기왕에 시작한 지방자치를 전면 없애기가 어렵다면 다소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자치단체장들 스스로의 분발도 기대해 본다. 멀쩡한 보도블럭의 주기적인 교체나 4년 내내 같은 사람만 모이는 각종 행사에 드는 돈을 한번 따져보고 그런 돈이 지방자치 본래의 취지인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진정한 행정인지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자꾸 국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 열심히 일하는 다른 단체장까지 도마위에 오르게 되고 그런 것들이 모이게 되면 여기저기서 봇물이 터지고 둑은 무너지게 된다. 그런 사태를 미리 막을 책임이 결국 현재의 자치 단체장들임을 명심하고 더욱 분발해 지방자치제도가 뿌리를 내려 세월이 변하고 사람이 바꾸어도 같은 꽃이 필 수 있도록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