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05. 20.


정치와 신호등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김 세 현

 

 

 

 

대통령의 5년 임기가 이제 3년이 지났고 아직도 2년여나 남아 있는데 곳곳에서 삐꺽대는 소리가 들리고, 정치적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하겠다는 등 예사롭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구미, 김천, 칠곡 지역은 식수가 며칠씩 중단되어 17만 주민들은 분통을 샀고, 과학벨트 대전 유치 소식에 경북도지사는 단식, 경북도의회 의장은 삭발식을 가졌으며 경북도의원들은 전원 의원직 사퇴를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전해진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는 지도자이기 때문에 국가의 중요사업을 결정해야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어느 한 지역에 중요 국책사업이 결정되면 다른 지역의 반발을 예상해 그에 대한 준비도 해놔야 한다. 도지사나 국회의원 및 도의원들은 한 지역을 대표하는 선출직 자리이기 때문에 그 지역에 중요사업을 유치해야 하는 책임이 있어 중요 국책사업을 다른 지역에 뺏기면 마치 그들의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에 단식도 하고 삭발도 하고 불복종을 하는 등 반발을 하지 않으면 차기 선거는 물론 현직을 유지하기 힘든 것도 현실이라 국책사업 결정 후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어쩌면 예견된 일일지도 모른다.
대통령도 도지사도 국회의원도 다 국민이 선택한 일꾼 들이다. 그러니 나라를 위해 힘을 보태고 작은 일들은 양보해야 함에도 무슨 일만 결정되면 사방에서 반발이 일어나고, 그 반발을 막기 위해 또 다른 특혜를 주게 되어 결국 국민의 세금을 더 거둬야 하는 일이 반복되니 어찌보면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딱해 보이지만 사실은 국민들끼리 싸움이고 결과는 국민에게 세금 폭탄으로 돌아온다.

국책사업으로 선정한 굵직한 일들은 무슨무슨 위원회 따위를 만들어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지방자치 시대이기 때문에 광역이고 기초건 간에 돈이 되고 사람이 모이는 사업을 따오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런 판에 자치단체 간의 경쟁을 붙이는 일은 불난 집에 부채질을 넘어 기름을 붓는 겪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은 대통령의 몫이 있고 자치단체장은 단체장의 그릇이 있다. 경쟁은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대통령이 하려고 하는 국책사업을 따오고 못 따오는 일이 단체장이나 국회의원들의 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미래를 내다보는 국가의 정책사업에 대한 대통령의 결정으로 받아들이는 정치사회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경찰은 최근 3색 신호등 문제로 홍역을 치렀으나 조현오 청장의 결단으로 잠잠해 졌다. 국민의 여론에 항복을 한 것이다. 그러나 조 청장은 敗者(패자)가 아니라 勝者(승자)다. 국민의 뜻을 따랐기 때문이다. 3색 신호등은 지금이 아니더라도 세월이 흐르면 언젠가는 도입될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조금 양보한 조청장이 통이 더 커 보인다. 정책은 그런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그 시대의 국민이 싫어하면 하지 말아야 한다.
경찰이 추진한 3색 신호등 사업은 비록 국책사업은 아니지만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으로 조현오청장의 발 빠른 대처가 눈에 띄고 국민의 박수를 받을만하다. 반면에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형 국책사업들은 당장의 효과보다는 미래를 내다보고 결정했다고 믿기 때문에 후세들에게 양보하는 자세로 모두가 현명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아쉽다.
깨끗이 승복하고 서로 신뢰하는 사회 분위기였다면 유치도시에 축하해주고 유치에 실패한 도시에는 무엇을 밀어줄까를 서로 고민했을 터인데 그런 시절은 언제나 올까? 대전 과학벨트가 성공해 나라가 융성할 때쯤일까? 원칙과 신뢰를 겸비한 새로운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등장할 시점부터 일까? 야속한 세월만 탓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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