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05. 26.
罷業(파업)과 約束(약속)
김 세 현
행정학 박사 / 호원대 겸임교수
자동차 부품회사 한곳의 파업으로 현대자동차와 기아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중단이 불가피 하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간 파업이라면 현대자동차 노조의 전유물이다시피 했으며 현대자동차 노조의 장기파업으로 인해 협력업체들이 倒産(도산) 위기에 처한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1000원짜리 부품을 만드는 회사의 파업으로 인해 현대차가 생산 중단 위기라니 참으로 믿기지 않는 소식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알게 모르게 많은 약속을 하거나 듣고 산다. 정치인들의 公約(공약)도 국민에 대한 약속이며, 사용자와 근로자의 계약과 연인들의 결혼을 비롯해 식당의 가격표에서 사탕의 가격까지 일상생활이 거의 모든 것이 약속에 의해 이행되고 있다. 따라서 이 약속을 얼마나 성실하게 잘 지켜지느냐가 신용사회가 정착되고 나라경제가 안정되느냐를 결정짓는 것으로 봐야 한다.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은 어디를 가도 신뢰를 받는다. 신용카드 결제일도 한번 어기지 않고 누구와의 약속도 꼭 지키는 사람일지라도 가끔은 자기도 모르게 약속을 어기기도 한다. 法(법)이라는 것도 국가와 국민간의 약속의 산물이기 때문에 실수에 의한 교통위반이나 건널목 무단 횡단, 혹은 담배꽁초나 휴지 버리기 등 공중도덕 위반, 학교 수업이나 출근길에 늦거나 빠지는 일, 술이나 담배를 끊겠다는 자기 자신과의 약속, 일찍 들어가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다른 약속이 생기거나 차가 막혀서 등등 일상사에서 일어나는 약속위반은 셀 수조차 없는 일이다.
가벼운 위반이야 마음속으로 웃고 넘기거나 미안해하고 법에서도 선처가 있을 수 있다지만 도를 넘어서는 약속 위반은 꼭 희생이 따르게 마련이다. 정치인들의 公約(공약)이 空約(공약)이 되면 그 순간부터 비난일색이며, 근로자들이 사용자와의 약속을 어기면 밥줄이 끊기는 수가 다반사고, 私人(사인)간의 약속도 한번 어기면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달라져 신용을 회복하기 힘든 것이 우리사회다.
이번 현대차 부품회사 파업사태도 아마 사용자와 근로자간의 불신 즉 약속이행이 문제된 것 같다. 서로 상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거나 약속을 파기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서로를 신뢰하지 않으면 임시방편으로 봉합된다한들 파국에 이르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번처럼 자회사격인 부품회사의 파업으로 인해 모회사격인 자동차의 라인이 올 스톱하면 현대차노조원들의 급여는 어찌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무노동 무임금이라면 큰형겪인 현대차 노조원들도 급여가 중단될 터인데 그렇다면 이번에 현대차노조원들이 나서서 부품회사 노조원들을 설득하면 어떨까 싶다. 그러면 다음번에 혹시 현대차노조가 파업을 할 때 부품회사 노조원들이 나서 중재에 나서면 파업일자가 단축되고 나라도 조용해질까 싶어서 하는 필자의 터무니없는 생각이겠지만 말이다.
작은 약속들을 어기기 시작하면 부끄러움을 모르게 되고, 부끄러움이 없어지면 법을 어기게 되어 큰 범죄자가 되기 십상이다. 현대차 부품공장의 파업이야 자기들의 몫에 대한 싸움이니 공권력이 개입되든 극적인 타협을 하던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이다. 다만 정치하는 사람을 포함한 우리 국민들은 혹시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약속을 잊어버렸거나 자신과의 약속을 몰래 지나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잘 살펴봐야겠다. 평소의 믿음이 곧 당선이고 신용이 곧 재산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