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06. 02.
하늘을 경시하고 땅을 깔보는 자들에게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늘 변함없이 쳐다볼 수 있는 것이 하늘이다. 구름이 가끔 가리긴 하지만 태양은 어김없이 떠오르고 저녁이면 달이 뜬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태양과 비를 내려주는 하늘의 고마움을 잊고 살고 있고, 설사 고마움을 안다하더라도 고개가 아파 오랫동안 쳐다보며 감사 인사를 할 수도 없는 곳이 하늘이기도 하다.
우리는 툭하면 ‘하늘의 뜻’을 강조하거나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들을 한다. 하늘은 태양과 비만 내려주는 곳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간직한 믿음 즉 ‘아무리 용을 써도 순리대로 된다’는 의미와 ‘천둥 번개’가 쳐도 무서울 것이 없는 정직함을 표현할 때도 하늘을 강조한다. 그 만큼 하늘은 우리 인간이 범접 할 수 없는 경외의 공간이며 인류 공동의 소중한 자산이다.
땅은 어떤가? 인간은 땅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먹고 살며, 비록 아스팔트가 포장되어 있지만 인간인 이상 땅을 밟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심은 대로 거둔다는 말도 있지만 땅으로 富者(부자)가 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예전이나 지금이나 땅을 많이 가진 사람이 떵떵 거리긴 마찬가지다.
사람은 죽으면 땅에 묻힌다. 요즘이야 장례문화가 바뀌어 화장을 해서 강에 뿌리거나 나무 곁에 놓이지만 결국 인간은 땅속으로 스미는 것이다. 그런 땅에 검은 돈을 묻어두거나 수백만 마리의 가축을 생매장 하고, 심지어 대량의 고엽제를 몰래 파묻었다니 기가막힐 노릇이다.
하늘에 구름이 많이 끼면 ‘비가 오려나’를 예측하기라도 한다지만 보이지 않는 땅속에 무엇이 묻혀 있는지 알 수가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하늘 같이 믿던 사람들이 온갖 못된 짓을 다해 검은 돈을 모으고. 유럽에서는 땅에서 나는 오이나 토마토, 상추 같은 농산물이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되어 일일이 검사를 해야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도 이젠 식품안전국이라 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우리 인간들의 끝없는 욕심에 의해 원자비나 산성비가 내리고, 인간들의 추악한 욕심에 거짓 없는 땅까지 오염 시켜 결국 우리 후손들은 하늘을 마음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땅을 밟기는커녕 여기저기를 파보거나 뒤엎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하늘을 향해 고개 들기가 부끄럽다. 하늘같이 믿던 고관대작들이 돈 문제로 온갖 구설수에 오르고 잘나가던 모래시계 검사도 결국 돈 때문에 감옥행이다. 땅에서 하는 가장 인기 있는 축구 경기마저 검은 돈이 흘러 들어가 승부가 엇갈리는 세상에 머리를 떨구자니 땅이고, 들자니 하늘이라, 하늘은 노랗고 땅은 검게 보일뿐이니 이일을 어이할꼬.
높은 곳을 향해 꿈꾸는 자들이여! 다른 곳은 몰라도 당신이 지금 딛고 있는 바로 그곳이 바로 땅이요, 그 땅이 없으면 바로 추락한다는 것을 알고, 제발 내 땅 남의 땅 가리지 말고 땅의 소중함을 인식하기를 바란다. 하늘만 쳐다보지 말라. 어차피 고관대작들의 하늘은 바람에 의해 좌우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