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06. 15.
소중한 만남과 악마의 덫은 도처에 있다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이른바 함바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출국 금지된 장관 출신의 대학총장이 자살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악마의 덫에 걸렸다. 금전 거래는 없었고 잘못된 만남과 단순한 만남의 주선의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일단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기의 억울함을 표현하면서 세상을 뜨는 일이 너무 자주 발생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임씨는 평소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은 직업상 많은 사람들을 접하게 된다. 평소 잘 아는 친구들도 만나겠지만 민원성 있는 사람들과도 자주 만나야 하는 것이 이들의 공통점이다. 그러다보면 민원인이나 친구로부터 고맙다는 인사표시를 받게 되는데 때로 이것이 바로 덫이 되고 만다. 그러나 민원인으로 만나 소중한 친구가 되어 만남을 이어가다가 다른 민원을 해결해 주지 않으면 그 만남은 잘못된 만남으로 틀어져 버리고 그간 신선한 음식으로 알고 먹었던 것들이 상한 음식이 되어 탈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며칠 전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돈 봉투를 막으려 집무실에 CCTV를 설치했다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다른 곳도 아닌 시장 집무실로 돈 봉투를 들고 온다는 사실에 놀랐고 시장에게 돈을 주어야 일이 해결된다는 느낌을 받아 새삼 놀랐으며 이런 사실을 언론에 자랑하는 성남시장의 배짱에 세 번 놀랐다. 이 시장 말대로라면 돈 봉투를 들고 온 사람들의 얼굴이 CCTV에 녹화되어 있을 것이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 많은 사람들이 곤란할 것 같은데 언론이나 사법기관에서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CCTV를 공개하라고 하면 어쩔 것인가 궁금하다.
세상이 돈이 아니면 안 되게 만든 책임이 누구 하나 혹은 어느 한 집단의 책임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 일이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말대로 깨끗하기로 유명한 삼성도 부패했다는데 일반 기업이나 공직사회는 더 말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데 우선되어야 할 진심이나 신의가 실종되고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거나, 만나는 사람이 언제 악마가 될지 모르고 그가 내민 손이 미래를 함께 가는 소중한 동반자의 손이 아니라 자기를 옭아매어 결국 죽음으로 내모는 덫으로 돌아오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과학이 발달하고 수명은 연장되고 핵가족화 되어 세태가 바뀌니 돈이 더 필요해서 돈! 돈! 돈! 하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돈은 결국 덫으로 유인하는 상한 음식이다. 그런 상한 음식을 신성한 집무실로 들고 오는 것도 문제지만 CCTV를 설치해 놓고 이를 가리키며 거절하는 방법도 유치하다. 민원인을 단 둘이 만나는 것 자체가 문제이고 돈을 들고 갈 수 밖에 있는 시스템이 더 문제다.
상한 음식을 먹고 병원에 갈 생각보다는 죽음으로 사죄하는 방법도 더 이상 안 된다. 수사기관도 언론에 흘리지 말고 죄가 있으면 구속수사를 하든 방법을 바꾸고 언론도 마녀사냥 식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사람 사는 세상, 너나 할 것 없이 사방에 악마의 유혹이며 자신도 모르게 덫에 걸릴 수 있다. 그 덫을 놓은 브로커도, 그 덫에 걸린 사람을 잡는 사법기관도,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사람을 바라보며 중계하는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사방이 악마고 덫이다. 사람 사는 세상 사람을 만나는 한 자신도 언제든 걸릴 수 있는 덫이 사방에 널려있는 형국이다. 이 난리를 푸는 열쇠를 쥔 사람이 큰 사람이다. 그런 큰 사람, 내년 대선에는 꼭 나타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