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07. 13.
왕따와 下剋上(하극상)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귀신을 잡을 정도로 용맹한 대한민국 해병부대가 요즘 시끌벅적하다. 군대 내부에서의 왕따와 구타로 인해 동료사병을 쏘아 죽이는 사건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것이다.
왕따는 남을 따돌리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일을 말하는 것으로 주로 중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쯤으로 알고 있었는데 나라를 지키는 군대, 그것도 최고 용맹하다는 해병대에 까지 왕따가 퍼진 것을 보면 왕따 문제는 사회전반에 걸친 문제로 그 정도가 심각해 보인다.
중고등 학생 시절 친구 간의 왕따는 아직 정신세계가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의 稚氣(치기) 정도로 넘어간다지만 전우의 생명이 곧 자신의 생명인 군대에서의 왕따는 왕따 문제라기보다는 하극상에 가까우며 그 책임이 선임병들과 이를 묵인하는 장교들에게 있다고 생각된다.
군대가 어떤 곳인가? 명령 하나로 일사분란하게 전투를 치러야 하고 전우 대신 자신의 몸을 던져가며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며, 비록 2년여의 의무시간 이지만 국가와 가족의 중요성 그리고 동료들간의 신의를 기르고 남자다운 성격과 강인한 체력을 기르는 곳이다. 바로 이런 곳에서 하극상이나 다름없는 총기 사건이 빈번히 일어나고 자살 사건이 종종 일어나는 것은 동료와 상사에 대한 불신을 극단적으로 표하는 것이다.
이런 하극상이 계속되는 중대한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분명 선배들이 따뜻하게 후배를 안아주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 즉 선배가 말하면 무조건 들어야 하는 일종의 서열의식(선배가 까라면 까지 웬 말이 그리 많으냐는)과, 저런 선배는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깔고 넘어가거나 없애버려야 한다는 극단적인 思考(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며칠 전에는 검찰의 집단 항명이 있었다. 대통령이 국가적인 중대사로 외국에 나가있는 와중에 김준규 검찰총장이 임기 두 달여를 남기고 전격 사퇴하는 사태로 진전되었다. 조직의 수장들이 어렵게 합의한 사안을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뒤집으니 검사들 입장에서는 국회에 대한 반감을 표시 한 것이고, 김 총장은 후배들을 사랑하고 조직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총장은 대통령이 귀국한 이후에 얼마든지 사퇴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만큼 긴박했을 수도 있다지만 대통령이 임기 초반이었다면 감히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
아직 대통령의 임기가 일 년 반이나 남았다. 이런 식으로 검찰이 대통령을 무시하고 군부대에서 총기 사건이나 자살사건이 빈번하면 국민은 도대체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는가. 검찰은 국민의 검찰이지 검사들을 위한 검찰이 아니다. 우리 국민이 대통령을 존경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통령의 임기가 비록 하루가 남았을지라도 군대나 검찰, 그리고 경찰은 대통령을 보호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대통령도 때 이른 레임덕이고 군대나 검찰, 그리고 경찰의 내부도 시끄럽다면 이 어찌 올바른 국가라 할 수 있겠는가? 군대내부의 왕따 문제가 선임병 몇 명의 구속으로 완전히 없어질 수 있는 문제인가? 간부들의 집단 사표로 총장을 밀어내는 살벌한 검찰과 이를 분개하는 국회와 청와대, 일선경찰서를 지칭하며 자기 부하들을 부패경찰로 매도하는 경찰의 총수를 바라보는 경찰관들의 허탈한 표정, 그리고 “이게 지금 무슨 일이지?”라며 어안이 벙벙한 우리 국민.
이런 사회에서 중고등 학생들에게 왕따는 나쁜 짓이니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