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07. 21.
‘지하철 매너손’, ‘서울 슬럿워크 시위’ 끝없는 성추행 사건을 보고
김 가 영 대학생기자
‘서울 슬럿워크 시위’, ‘지하철 매너손’, ‘의대생 성추행 사건’ 등 요새 들어 유난히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지하철 매너손’이란 얼마 전 한 여성이 온라인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쓴 글이 논란이 되며 퍼지게 된 말이다. 그 여성은 남성 승객의 손 위치가 자칫 성추행 범으로 오해할 수 있으니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여성이 글을 게시하자 포털사이트는 ‘지하철 매너손’이 검색어 순위를 차지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샀고, 결국 해당 여성이 사과문을 올리게 되는 등 그 파장은 며칠간 계속되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지하철 소매치기 범죄는 줄었지만 성추행 범죄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전년도에 비해 77.6%나 증가한다고 하니 실로 그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필자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을 피하는 편이다. 특히 출근시간은 사람이 많아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을 수 있고, 퇴근시간에는 술에 취한 사람이 많아 위험을 느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 다른 여성들도 필자처럼 지하철을 탈 때마다 걱정을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모든 남성이 그러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알고 있음에도, 조심하고 예방하려는 마음에 남성과 불필요한 접촉이 일어날 때면 불쾌해지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남성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남성이 성추행범인 것도 아닌데, 의도치 않은 신체적 접촉으로 오해를 사서 불편한 시선을 받으니 여간 답답한 심정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일부의 성추행 범으로 인해 남성 전체가 불편한 시선을 받고,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좁은 지하철의 특성상 출퇴근시간 혹은 사람이 많은 경우 신체접촉은 불가피하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가 조심하는 방법일 것이다. 남성들은 여성을 최대한 배려해 신체적 접촉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고, 여성 또한 모든 남성을 같은 시선으로 보고 무조건적으로 남성을 오해하려는 행동을 줄여야 할 것이다.
지난 16일 서울 도심에서는 야한 복장이 성범죄의 원인이 아니라는 뜻을 알리는 ‘슬럿워크’ 시위가 열렸다. 많은 여성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행진하며, 성범죄 원인과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것에 대한 여성들의 시위였다.
‘슬럿워크’는 올해 초 캐나다 토론토에서 한 경찰관이 대학 강연 도중 여성이 성범죄의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면 헤픈 계집처럼 입지 말아야한다고 말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 경찰관의 발언으로 한 여성이 슬럿워크 시위를 제안해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슬럿워크 시위에 대한 기사와 사진을 보고 처음에는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항상 남성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하지 않으려면 여자가 옷차림을 똑바로 해야 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왔다. 성범죄의 원인이 여성의 옷차림에 있었던가? 여성의 옷차림이나 남성의 술기운을 핑계 삼아 성적 폭력을 가하는 성범죄자들의 ‘핑계’로 인해 여성이 옷차림을 바꿔야한다는 말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야한 옷차림을 한 여성만이 성폭행을 당하는 것도 아니고, 야한 옷차림이든 단정한 옷차림이든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입을 권리가 있다.
물론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야한 옷차림을 자제하는 것이 당연하나, 마치 여성의 옷차림이 성범죄의 원인인 듯 한 발언은 옳지 않다고 본다. 이번 ‘슬럿워크’로 인해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또한, 성추행이나 성폭행은 남성이 여성에 가하는 성적 폭행 뿐 아니라 여성이 남성에게 가하는 성적 행위도 포함하는 단어이다. 남성 뿐 아니라 여성 또한 성추행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범죄를 특정 성(性)에 국한시켜서 보려고 하는 시선은 옳지 않다.
항상 문제시되고 주목받지만 성범죄는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보다 더 강력한 법안과 더불어 여성이든 남성이든, 모두가 함께 노력할 때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