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07. 21.


回甲(회갑)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며칠 전 흔히 환갑이라고 하는 회갑잔치에 다녀왔다. 평소 잘 아는 지인이 저녁식사나 같이 하자는 전화를 해와 별 생각 없이 참석한 자리였는데 가서보니 회갑연이었다. 회갑연이라고 해서 밴드나 가수를 초청한 잔치도 아니고 화환을 받거나 부조금도 없었으며, 가족도 제외하고 평소 지인과 가까운 친구 30여명이 모여 조촐한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였다.
식사 시작 전에 지인은 오늘이 자기의 환갑이라고 말하며 가족들은 다음날 식사를 하기로 했으며 오늘은 부부동반으로 만나는 친구들과 평소에 신세를 진 몇 분만 초대해 조촐한 식사를 대접하려 한다면서 “ 37년을 함께 살아준 부인에게 항상 감사하고 잘해주지 못해 미안했다”면서 부인을 소개했다. 이어 부인은 “37년을 한눈팔지 않고 한결같이 자기만 사랑해준 남편에게 더 고맙다”며 두 내외는 서로를 바라보면서 한없는 신뢰의 미소를 지었다.
처음엔 “요즘같이 바쁜 때 무슨 환갑잔치래, 그런 줄 알았으면 오지 않았을 텐데” 하던 마음이 감동으로 돌아 왔다. 두 내외의 대화 내용은 한 치의 거짓이 안 보였으며 서로를 바라보는 표정에는 상대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묻어 있었다. 그러다보니 웬만하면 나서지 않는 필자도  자연스럽게 일어나 건배 제의를 하고 지인의 친구들도 하나둘씩 축하의 인사를 건네는 자리가 이어졌다.
사실 필자는 그 지인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눈 적도 별로 없고 서로의 가정 대소사에 참석하거나 업무외적인 시간을 가진 적도 별로 기억이 안 난다. 단지 한 동네에 살면서 성실하게 사는 사람이라는 점과 공적으로 조금 도움을 준 일 밖에 없는 사이였지만 전혀 예기치 않은 분위기 좋은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내내 두 내외의 진실한 표정이 좀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필자도 지난 5월에 결혼 20주년을 맞았다. 20년을 살았지만 집사람과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라는 말을 저분들처럼 서로 바라보며 말해 본 기억이 통 나질 않는다. 그래서인지 한편으로는 그 지인 내외가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못난 나 자신이 더 부끄러웠다.
우리 인간들이 과연 잘 살았다는 하는 것이 무엇일까? 아들딸 명문대에 보내거나 판검사 만들어 잘 기르고, 돈 많이 벌고 출세해 떵떵거리면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나이 60에 들어서도 저렇게 두 내외가 서로를 바라보며 진심으로 “미안하다, 고맙다”를 여러 사람 앞에서 당당하게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등등 참으로 오랜만에 나 자신을 뒤돌아보고 진전한 삶이 무엇인가를 되새기게 만든 저녁식사였다.
회갑은 죽지 않는 한 누구에게나 찾아 올 것이다. 요즘은 수명이 연장되어 회갑잔치는 없어진지 오래고 심지어 칠순잔치도 마다하고 그냥 조용히 가족들과 조촐한 식사를 하거나 며칠 여행을 다녀오는 것으로  넘기는 시절이다. 이런 때에 회갑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준 홍학연님 부부에게 감사하며 진심으로 두분의 영원한 사랑과 행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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