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08. 10.


投票(투표)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흔히 투표란 선거인이 누구를 당선인으로 뽑을 것인가, 혹은 어떤 사항에 대해 찬성이나 반대를 표시하는 행위로서 민주주의를 표방한 나라에서는 꼭 필요한 제도다. 그러나 이 투표가 민주주의의 완성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늘어가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군사정권을 경험하다 직접 민주주의를 맛본 우리나라는 상아탑의 상징인 대학의 총장이나 동문회 회장은 물론 심지어 혈연의 집합체인 종친회회장까지 직접 선거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요즘같은 세상에 내가 졸업한 대학총장을 누가한들, 동문회장이 누군들, 4촌도 만나기 힘든 세상에 씨족의 장이 누구인들 자기들 끼리 싸우는 것이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모른척하면 그만이겠지만 구성원들의 합의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을 자기들 입맛에 안 맞으면 오로지 투표로 결정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지나치면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사회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투표는 꼭 필요할 때 해야 하는 것이지 모든 사안에 대해 국민에게 의사를 묻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4년 혹은 5년에 한번 오는 총선이나 대선도 점점 투표율이 낮아지고 있다. 이는 누가 한들 무슨 소용이냐. 뽑아봐야 별 차이 없다는 피해의식에서 오고 있다. 
일반인들끼리 자기들의 首長(수장)을 결정하는 선거는 국민생활에 큰 영향이 없다. 그러나 公職(공직)을 결정하는 선거는 상당히 중요하다. 특히 대통령이나 단체장들은 어마어마한 예산을 집행하기 때문에 우리 국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손으로 뽑는 당선인 선거가 아닌 무상급식을 언제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를 묻는 투표가 오는 8월 24일 서울에서 치러진다. 찬반 투표도 아닌 언제 어떻게 실시하느냐를 두고 열리는 이번 투표를 두고 여야의 중앙당까지 나서 정치전으로 번지고 있다. 누구 말이 옳고 그름을 굳이 따지고 싶지 않다. 누가 이기고 지는 것도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국가(자치단체 포함)에 돈이 많으면 국가가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두고 국민에게 직접 묻지 않아도 된다. 단계적이면 어떻고 전면적이면 어떤가. 한나라당이 나서서 추진하면 어떻고? 민주당이 나서면 또 어떤가? 무상급식의 투표내용을 보면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며 여야가 충분히 합의 가능한 사안으로 보인다. 민주당 사람이 시장이고 한나라당이 시의회를 장악했다면 어쩌면 반대 입장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단지 한나라당 사람이 시장이고 민주당이 서울시의회를 장악한 시점에서 불거진 사안일 뿐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예산이 그리 많은 돈도 아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장대로 지금은 稅收(세수)가 부족하니 단계적으로 시행하자는 말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니다. 아무리 봐도 이번 싸움은 예산 때문으로 보이지 않는다. 단지 자존심 싸움으로 보이고 단순한 票(표)치기 싸움으로 보인다.
투표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서울시민의 현명한 판단이 있겠지만 나랏일을 결정하는 중대한 사안도 아니고 아이들 급식을 가지고 투표를 해야 한다니 참 난감한 일이다.
내용이나 결과가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한쪽 진영에서는 찬성하고 한쪽 진영에서는 반대하는 형국이라니 이것이 이 나라의 현주소다. 그런데 왜 하필 그 대상이 아이들 급식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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