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09. 08.
소는 누가 키우나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서울시장의 보궐선거에 자천타천으로 수십명의 서울시장 후보들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교수 출마 여부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안철수 교수는 의대 출신으로 안철수 연구소라는 회사를 차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해 큰돈을 번 사람이다. 그는 청소년의 우상이고 젊은이들이 가장 닮고 싶은 사람 중의 한사람이며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우리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견사업가 겸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反(반)한나라당을 외치며 서울시장에 도전하겠다고 하고 여론조사에서 단연 1위로 치고 올라오니 한나라당의 홍준표 대표는 다급했는지 손석희 교수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했다고 전해지고 손 교수는 ‘다 나가면 소는 누가 키우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참 재미있는 말이고 의미심장한 말이기도 하다.
서울시장이라는 자리가 중요한 자리임에는 틀림없다. 서울은 민족의 심장이며 대한민국 대표도시이기도 하고 서울시장을 하면 대권가도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사업으로도 상공하고 대중의 인기도 한 몸에 받는 안 교수가 갑자기 서울시장을 출마하겠다면 혹시 대권에 욕심이 있어서 일까? 아니면 정치인들에게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훈계하려는 걸까?
아무튼 안 교수가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는 소식에 그가 운영하는 안철수 연구소는 3일째 코스닥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해 안 교수는 400억원이상의 재산이 늘었다고 한다. 주가는 회사의 성장여부에 오르락내리락한다지만 서울시장 출마설에 삼일 만에 400억원이 오르는 것을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시장직과 안철수 연구소가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지...
지난 서울시장 선거는 정치에 신물이 난 시민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그러다보니 안철수씨나 박원순씨 손석희씨 같이 유명인사지만 정치를 멀리해온 사람들에게 눈이 가는 것이다. 한 분야에서 성공했다고 꼭 정치를 잘하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겪어봐야 알겠지만 아무리 인기가 좋은 사람이라도 일단 정치권에 들어오면 맥을 못 추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정치인이 되는 순간부터 인기가 곤두박질치고 후회가 밀려 올 것은 명백해 보인다.
정치인들이 외부인사를 영입하려는 것은 수혈을 해서 정당을 건강하게 하기보다는 순간의 어려움을 탈피해 국민을 속이려는 얄팍한 수다. 서울시장아리는 자리를 당내의 실력자에게 잘못 넘기면 당내 세력분포는 물론 다가올 대권가도에 걸림돌 여부에 대해 먼저 계산하기 바쁘다. 같은 조직에 있는 사람들끼리 힘을 합해도 될까 말까한 판에 자기들끼리 신뢰를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철수씨나 박원순씨 또 기타 등등 개인적으로 각 분야에서 성공해 존경받는 인물들이 그 인기를 바탕으로 정치를 하거나 정치권에 영입되는 것을 반대한다.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해서, 새로운 인물들이 필요하다고 해서, 특정 정당의 행태가 밉다고 해서, 정치에 참가하거나 참여 시킨다면 손석희 교수 말마따나 소는 누가 키우나? 소를 키울 사람은 남겨두자. 정치는 누가해도 하지만 소는 아무나 못 키운다.
안 교수는 한국 정치사에 유명인사들이 정치에 참여해 잘된 사람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있다. 우리나라 정치는 기존의 정치인들이 견제해서 그런지, 밭 자체가 오래되어 토양이 썩어서 어떤 나무를 심어도 죽고 마는 형국이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아무리 깨끗한 사람도 정치판에 가면 그리 오래지 않아 정치를 그만두거나 좋지 않은 일에 연루되어 좌초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필자의 걱정여부와는 관계없이 자기들끼리 만나서 정치를 하던 양보를 하던 결정하겠지만, 아이들을 키우며 “우리 아이들이 저런 사람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마음을 간직하고 싶은 작은 소망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