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09. 22.
정당과 시민단체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정당은 정치적인 이념이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 정권을 잡고 그 이상을 실현하는 조직이다. 민주주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는 대통령 당선자들이 자기 입맛에 맞게 정당을 창당하는 일이 잦아서인지 좀처럼 미국이나 영국처럼 양당정치의 정당정치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 판에 최근에 오세훈 서울시장의 갑작스런 사퇴에 이은 안철수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로 정당정치의 뿌리가 더욱 흔들리고 있다.
안철수 교수는 反(반) 한나라당 기치로 한 시민단체의 수장인 박원순씨를 지명해 거의 서울시장이 된 듯 해보이고 민주당은 박씨를 민주당에 가입시키려고 안달이다. 한나라당은 당내의 인물이 충분히 본선 경쟁력이 있음에도 박원순씨와 비슷한 시민단체 출신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한나라당에 입당시켜 경선을 시키려 하고 있다.
우리 국민이 아무리 정치인과 정당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건 좀 심해 보인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정당이 이념이나 같은 주장을 가진 사람들의 모이기보다는 그런 것에 관계없이 국회의원 뱃지나 단체장이 되기 쉬운 정당으로 몰려다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민단체는 어떤 곳인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고 참여하여 사회문제를 제기해 정치적으로 해결하게 만드는 집단이다. 따라서 각 정당은 시민들의 존경을 받으며 시민단체를 이끄는 사람들을 자기 정당에 입당시키려고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현재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에는 상당수의 괜찮은 젊은이들이 국회의원을 하거나 정치를 하기위해 활동하고 있다. 만약에 그들이 일찍 정치에 뛰어들지 말고 시민단체에서 10년만 활동했다면 어쩌면 현재 거론되고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존경받으며 시민운동가로 성장해 정치권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기존의 정치인들과는 달리 정치의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고 충실히 국회의원직에 임했음에도 정치권 전체가 불신당하는 바람에 그 존재감이 상실됨은 물론 기성정치인의 범주에 속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정당의 목표는 정권을 잡는 것이다. 서울시장 자리는 그래서 중요하다. 대통령의 인기 여부에 따라 정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야당은 반대급부를 얻는 형국은 정당인이나 시민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올바른 정당이라면, 미래를 준비하는 정당이라면 비록 당선 가능성이 낮더라도 그동안 당을 위해 헌신하고 나라를 위해 일해 오며 경험을 차근차근 쌓아온 당내의 인사들을 공천하는 것이 맞는 일이다.
안철수 교수가 자기 분야에서 훌륭한 업적을 가졌다고 해서 마치 그가 서울시장을 임명하는 사람으로, 혹은 차기 대선주자로 인식되어서는 곤란하다. 박원순씨나 이석연씨가 아무리 훌륭한 시민운동가라도 할지라도 일단 정치권에 들어가면 그 밥에 그 나물이 되기 십상이다.
꼭 시장이 아니더라도, 꼭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나라를 위해 할 일은 많다. 꼭 안철수 교수나 박원순씨, 이석연씨 같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서울시나 우리 대한민국은 돌아가게 되어 있다. 이분들이 모두 소중한 분들인데 정치를 한다고 하자마자 벌써부터 흠집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필자 같은 사람이 말린다고 콧방귀나 뀌겠냐만은 정치는 정치인들에게 맡기고 정치인들을 감시하고 비판해서 바른 사회를 만들고 이 사회의 큰 어른으로 영원히 남는 것이 성공한 인생일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안 교수나 박원순씨 같은 사람 하나 키우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 같고 이러다가 시민운동이 정치인이 되는 산실로 변질될까 걱정되기도 한다.
아무튼 정당을 이끌어가는 분들!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해 잠깐의 위기를 넘기는 꾀를 부리는 것을 그만두고 정정당당히 자기당의 후보를 내세워 국민의 심판을 받는 길, 그 길이 정당을 오래 유지하고 존경받는 시민운동가들을 보호하는 길이며 궁극적으로 민주정당이 가야할 길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