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09. 29.


‘노는 학교’ 낙인에 교사는 지치고 학생은 멍든다

 

 

 

 

 

 

 

 김 가 영 대학생기자

 

 

 

 

 

 

 

 

 중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이 고등학교를 직접 선택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고교 선택제가 시행된 지 어언 2년이 지났다. 지난 9월 22일자 한겨레신문 1면에는 ‘고교선택제 이후 학교간 학력차 더 심해졌다’라는 제목으로 고교선택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가 보도됐다.  그러나 고교선택제 이후 학교간의 학력차 및 학교 서열화가 더 심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고교선택제로 인해 학생은 1단계에서 서울 전체 고등학교 중 두 곳을 지원할 수 있다. 지원 후에는 각 학교 정원의 20%가 추첨을 통해 결정이 된다. 나머지 40%는 거주지와 교통편을 고려한 거주지 학군으로 결정되고, 마지막 3단계에서는 거주지 학군과 인접 학군을 포함한 통합 학군에 강제로 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고등학교를 배정받다 보니, 학구열이 높은 상위권 학생은 자율고나 특수목적고, 혹은 평판이 좋은 일반계 고등학교로 몰리기 마련이다. 이들이 특정 학교로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건이 잘 갖춰져 있는 곳에서 상위권 학생과 모인다면 더 큰 학습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학구열이 더 높고, 좋은 분위기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 특수목적고 시험을 봐 외고에 입학을 했다. 실제로 특수목적고는 일반 고등학교와는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학습 분위기도 훨씬 좋아 매해 일반 고등학교에 비해 월등한 대학 입시결과를 낳고 있다.
 청소년의 궁극적 목표는 대학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학창시절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고등학교의 영향력은 실로 매우 크며, 대학을 향한 길목 중 가장 중요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고등학교에 지원 할 기회를 가질 권리가 있다.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체제도 아닌데, 원하지 않는 지역군 학교에 강제로 배정받는다는 건 너무 불합리하지 않은가. 교육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 거주하는 상위권 학생들은 어떠한가?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여건이 좋지 않은 곳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근처에 위치한 학교에 강제적으로 배정받아야 한다. 이런 기회 불균등 문제를 해소하고자 만든 것이 ‘고교선택제’이다. 고교선택제가 없어진다면 이러한 기회불균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한 것인가?
 이 신문은 일각에서는 고등학교 서열화로 인해 일부 학교는 ‘노는 학교’로 낙인찍히고 교사는 지쳐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고등학교 서열화로 이러한 결과가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 오히려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대신, 하위권 학생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능력과 여건을 갖춰 학교 이미지를 개선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그 학교는 더 이상 ‘하위권 고교’가 아닌 ‘상위권 고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고교가 평준화되었을 때 과연 하위권 학생을 다루는데 지쳐 고교선택제를 무조건적으로 폐지하자고 나서는 교사가 상위권학생과 하위권 학생을 동등하게 품어줄 수 있을까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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