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11. 03.


도가니

 

 

 

 

 

 

 

 

 

김 세 현

행정학 박사 / 호원대 겸임교수

 

 

 

 

 

 

유명 소설가 공지영 원작의 ‘도가니’라는 영화가 우리사회에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화 ‘도가니’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지난 10일 현재 37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고 전해진다. 이번 ‘도가니’ 열풍은 영화의 작품성도 있겠지만 사회적 약자를 돕겠다고 만든 사회복지 시설에서 자행된 성폭력 사건이 자칫 묻힐 수도 있었던 것을 영화의 힘으로, 아니 시민의 힘으로 수사를 다시하게 만들고, 돈 몇 푼 집어 던져주고 약자에 대한 사회복지를 다한 것처럼 행세하고 세상이 시끄러워지니 이제 와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느니 뒷북치기에 한창인 정치인들에게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도 깔려 있다.
도가니의 사전적 의미는 단단한 흙이나 흑연 따위로 우묵하게 만든 그릇으로 쇠붙이를 녹이는 그릇 혹은 흥분이나 감격 따위로 들끓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공지영씨가 ‘도가니’를 통해 우리사회에 던지는 화두는 두 가지다. 영화 속 사건처럼 힘없는 약자들에게 가해지는 각종 폭행이 생각보다 심각한데도 그걸 아는 수사관들은 대충대충이고, 정치인들과 관료들은 알면서 쉬쉬하거나 문제 생기면 국민세금을 지원하고 법을 바꾸는 등 일회성으로 일관한다는 것에 대한 경고, 그리고 우리 국민은 쇠도 녹이는 용광로 같은 그릇 바로 도가니임을 힘 있는 자들이 알아야 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영화에 담았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도 이 영화를 함께 관람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고 “왜 이지경이냐”고 화를 내는 대통령은 어쩌면 너무 당연하다. 대통령이 사회복지 문제까지 다 챙길 수 없다지만 나라의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기관들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느냐는 짜증일 것이다. 또한 아직도 우리사회가 저런 인간들이 버젓이 활개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분노의 표시일 것이다.
이번 공지영 원작 ‘도가니’는 자치단체에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많은 자치 단체장들이 직원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했으며, 간부회의 대신 영화 ‘도가니’를 간부들과 함께 관람한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영화가 끝난 후 5분여를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직원들에게 인사말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슬퍼했다고 전해진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화나게 만들어 다시 한 번 법과 정의의 중요성을 인식케 하고, 자치단체의 장에게 눈물을 안겨 사회적 약자에게 필요한 것이 진실로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 ‘도가니’의 힘에 놀랍고 용기있게 영화화한 작가와 영화사측에 정중히 감사를 표한다. 거기에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시킨 우리 국민의 위대한 힘에도 경의를 표한다.
도가니! 어쩌면 그것은 바로 작금의 안철수 현상이고 민주당의 몰락, 한나라당의 위기를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위기는 곧 기회니까 국민이 끓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 ‘도가니’가 정치인에게는 정신 바짝 차리라는 신호요, 사법당국자들은 분발하라는 엄중한 메시지라는 것을 다시한번 유념해 사회적 약자들이 더 이상 소외되거나 무시당하는 일이 없도록 유념하기 바란다. 
보라! 우리국민이 얼마나 정의롭고 현명한가를? 들어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 다투어 영화를 보고 눈물 흘리며 분개하면서 펄펄 끓고 있는가를? 알아라! 당신들의 천국을 외치며 돈 몇 푼으로 끝내려는 정치인들의 속내를 우리 국민은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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