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11. 03.
10.26 사건
김 세 현
호원대 겸임교수 / 행정학 박사
1979년 10월 26일 궁정동 안가에서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이 발생한지 어언 30년이 지났다. 박정희 대통령은 18년 장기집권을 한 독재자로 비쳐지기도 하지만 가난에 찌든 우리 민족을 오늘날의 세계 9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전시키는 초석을 놓은 지도자로도 평가된다.
박대통령 서거 32년이 지난 2011년 10월 26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었다. 야당은 후보조차 내지 못했으며 거대 여당은 바람 앞에 맥도 못 추고 쓰러졌고,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후폭풍이 여야에 몰아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 무소속 돌풍이 일어난 이유는 2~40대 유권자들이 삶이 팍팍해서 정치에 등을 돌렸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반감이라고 들린다.
둘 다 틀린 말을 아니다. 요즘 살기가 참 힘들다고 한다. 기름 값을 포함한 물가가 너무 상승했고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고 임금은 제자리이니 청년들이 대통령과 여당, 그리고 정치권에 화가 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또한 하필 서울시장 선거에 때 맞춰 아직 퇴임이 한참 남았고 부자로 알려진 대통령이 도곡동 사저 논란마저 일어났으니 선거는 애저녘에 끝난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단지 선거의 여왕이라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대표가 나섰으니 한번 볼만 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박 전대표가 서울에 상주하지 못하고 전국을 돌며 선거지원을 했기 때문에 그 효과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이번 보궐선거를 무승부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마 그래서일 것으로 추측된다.
우연이겠지만 아무튼 10. 26은 묘한 날이다. 79년 10월 26일은 박대통령이 부하의 총탄에 의해 시해되신 후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나라의 미래를 걱정해야 했던 날이었고, 32년이 지난 2011년에는 정치에 신물이 난 시민들이 가히 시민 혁명이라고 할 만큼 어마어마한 사건(?)을 일으켜 이번 선거결과가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기대 반 근심 반을 해야 하는 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행이 박정희 대통령이 돌아가신 후 1980년대는 세계경제가 활황이어서 나라의 위기는 잘 넘겼지만 현재 세계경제의 흐름이나 국내사정으로 보아서는 이번 시민운동가의 서울시장 당선이 우리나라 경제회복에 얼마나 득이 될지 손해일지 사실 걱정이 되긴 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선직후 신당 창당을 부인했지만 벌써 문재인, 이해찬, 문성근을 만나 사진을 찍고 있다.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선거에서 이긴 것은 서울시민 특히 젊은이들의 정치권에 등을 돌리고 올바른 행정을 하라는 것이지, 벌써부터 정치인들과 어울려 정치행위를 하라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행정가들도 선거에 의해 뽑히니 정치와 행정을 굳이 나누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서울시장을 비롯한 단체장들의 지나친 정치행위는 행정이 낭비되고 결국 국민의 세금이 수반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번 선거는 개인 박원순에게 표를 던진 것이 아니라 행정의 수반이나 자치단체장들에게 변화하라는 의미에서 시민이 스스로 자기에게 표를 던진 것이나 다름없다.
세월은 금방 흐르고 좋은 민심도 그리 오래 가지 못하는 것을 이명박대통령의 사례에서 금방 배울 수 있다. 일부이지만 지금 자치단체는 내년 예산이 줄어들어 직원들 급여도 걱정한다고 들린다. 방만한 사업도 줄이고 지나친 복지도 고려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시민들이 깨어있을 때 그들을 실망시키지 말고 국민통합에 앞장서게 하는 것, 그것이 시민운동가 출신의 서울시장이 항상 마음 속 깊이 간직할 빚이고 명제다. 바람은 멈추지 않고 계속 될 테고 어느 쪽으로 불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세상임을 느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