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11. 16.


‘삽질보다 사람이 우선’  김성환 노원구청장

 

 

 

 


 지난 1일 노원구 월계동 주택가에서 방사능 이상 수치가 발견되자 김성환 노원구청장과 구청 공무원들은 발빠르게 대처했다.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안전위)는 방사성물질 세슘-137이 포함된 도로 포장재 아스콘을 원인으로 지목했고 노원구청은 문제의 아스팔트를 즉각 걷어내고 도로 두 곳의 재포장을 결정, 진행 중이다. 철거된 폐아스팔트는 원자력안전법에 의거 안전위의 관리 하에 폐기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문제는 불안과 걱정에 싸인 주민들에게 확실한 사후 대책을 제공하는 일일텐데 구청은 인근 주민들의 건강 역학조사 등을 실시하기로 약속한 서울시 및 관련 기관과 협조하여 대처할 예정이다.
 관할 지역구에서 방사능 검출이라는 드문 난제를 만난 김성환 구청장은 일단 주민들로부터 신속한 사후 처리를 해준 데 대한 감사의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어쨌든 이번 사건이 우리나라에서, 주민들이 사는 지역의 도로에서 방사능이 검출된 전무후무한 사건이므로 이것을 계기로 방사능 등 긴급 재해 사고에 대한 대처 매뉴얼을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도로 재포장 과정과 주민 설명회 등에서 보다 철저한 대처가 아쉬웠다는 소리도 들리는 만큼 더 많은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향후 행정을 기대해 본다.

서울 동북부의 중심지역이면서 대표적인 베드타운, 주택형태의 약 70%에 이를 정도로 아파트가 많은 지역, 이른바 강북의 대치동이라는 별칭이 붙은 중계동의 은행사거리와 방학동 일대 형성된 ‘학군’ 정도가 노원구를 떠올릴 때 생각나는 것들이다. 정치에 민감한 사람들이라면 지난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홍정욱의 당선(노원병)과 전 진보신당 대표 노회찬의 패배를 상기할 것이다. ‘뉴타운 선거’라고 불릴 만큼 토건형 개발정책을 내건 공약들이 난무했고 뉴타운 뿐 아니라 재개발, 재건축 등 개발수요를 부추기며 개발이익을 기대케 하는 사업들이 서울시 곳곳에서 진행됐다. 세월이 흘렀다.

 

‘일괄적인 재건축 연한 완화, 바람직하지 않다’

 

- 지난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당시 박원순 후보 측에서 노원구는 재건축연한 완화에 반대한다는 의견서가 있다고 제시한 일 때문에 이에 대해 해명하고 입장을 발표하는 등의 일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공식적인 노원구청의 입장을 담은 공문이 아니라 실태자료였다는 점을 밝혀둡니다. 잘못 오해된 측면이 있습니다. 공식적 반대는 아닙니다. 다만, (현재 재건축 연한인 최장)40년에서 일관되게 단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1980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 같은 경우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주차장이 세대당 0.67평 정도로 대단히 열악한 편입니다. 주차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거나, 노태우 정부 시절 주택 200만 호 건설이라는 목표 하에 건설되다보니 부실한 건축물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내진 시절이 돼 있지 않았고요. 40년 원칙은 지키되 예외적으로 주거환경이 열악한 경우 안전진단 등을 실시하여 재건축 연한 완화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노원구는 현재 약 25년에서 34년 정도 된 건물들에 기준이 적용되는 것 같은데 일률적으로 20년을 낮추는 것은 사회적으로 낭비입니다. 재건축의 경우도 특히 15층짜리 아파트는 60층 정도로 높이면, 사업성이 있을까요? 부동산 개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더 이상 재건축, 뉴타운 등으로 이익을 보려는 일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역난방, 공공재로서 단일한 가격 결정이 정당’

 

- 현재 노원구의 지역난방과 관련하여 주민대책위가 있고 요구하는 사항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내용입니까?
 “그분들의 요구사항 중 하나는 강남의 지역난방 요금 수준에 맞춰달라는 것입니다. 강남지역에 지역난방을 공급하는 기관은 한국지역난방공사이고 노원구는 서울시의 수탁을 받아 사업을 운영하는 집단에너지사업단 입니다. 그분들은 강남의 지역난방 요금 대비 17%가 비싸다는 주장이고 구청의 의견으로는 11%가 비싼 정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난방, 에너지 공급은 공공재 성격을 지닌 것입니다. 마음대로 선택하기도 어렵고 일단 한 번 선택하면 가격 등을 일방적으로 정하거나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공공재는 단일한 가격을 정하는 게 맞다 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열요금을 공사수준으로 낮춰달라는 것은 정당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서울시는 3년에 걸쳐 점차적으로 낮추겠다고 한 것이고요, 구청은 시기를 앞당겨 달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또한 노원구 지역난방 사용 세대들의 대부분이 배관이 낡아서 열 손실이 높습니다. 따라서 낡은 배관을 새로운 배관으로 교체할 경우 보조비 지급을 요청했습니다. 수도 같은 경우는  교체 시 보조를 하거든요.” 

 

- 노원구에 지역난방이 도입되던 시기 구의회 의원이시기도 하셨고 사정을 잘 아시리라 생각되는데요.
 “그때도 ‘원숭이 꽃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말한 바 있습니다. 처음에 지역난방 도입은 싸고 따뜻한 난방을 공급받을 수 있다고 해서 시설 설치를 적극 권유했습니다. 그런데 15년이 지난 지금 지역난방은 LPG보다 오히려 비싼 에너지가 돼버렸습니다. 노원구는 약 9만 세대가 지역난방을 사용하고 있는데 지역난방비가 매년 오르고 효율은 낮게 돼버렸습니다.
 지역난방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정도의 방안을 들 수 있습니다.
첫째는 소매를 도매로 바꾸는 것입니다. 즉 에너지 발생 원료로 사용되는 연료(LNG)를 도매가로 공급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지역난방사업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현재는 소매가로 구매할 수밖에 없다.)
둘째는 부족한 열병합 처리 시설을 보완하는 것입니다. 의정부와 양주에서 열원을 끌어와야 하고, 현재 마곡 열병합소의 효율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열병합처리 시설의 제고로 요금을 지역난방공사 수준으로 낮추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열이 새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현재 임대 아파트 같은 경우는 11월 말까지 20년 이상 된 건물에 대하여 새시 교체를 진행 중입니다. 분양 아파트 같은 경우는 ‘에너지 컨설팅’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열이 새는 곳을 측정하고 분석하여 대책을 마련해 주는 것입니다. 저소득 가구의 경우 100만 원 지원이 가능하지만 일반 세대는 컨설팅을 받고 시설 설치, 보수 등은 개별적인 선택에 맡길 수밖에 없고요. 열 손실을 막는 것만으로 난방비의 40%까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하니까 이런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 지역난방은 환경문제, 에너지 재활용, 효율성 제고 등을 이유로 도입된 것 아닙니까?
 “과대 포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에너지 재활용의 경우 재활용은 쓰레기를 소각하여 발생하는 열 등을 이용하는 건데 지금 소각 비율은 20%도 안 되는 17%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LNG를 사용합니다. 당시 소각장 설치를 위해 주민들에게 과장하고 왜곡되게 홍보한 면이 있다고 보입니다.”
 특히 노원구의 경우 지역난방 도입은 소각장 건립을 위해 주민들을 설득하는 도구로 시작된 태생적 문제를 지니고 있는 듯해 보인다. 서울시로부터 수탁을 받아 사업을 운영하는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의 경우 사업단 자체의 성격과 구조적 문제가 겹치면서 지역난방사업에 더 큰 문제를 노정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노원구청은 지역난방개선대책위를 구성하여 주민들의 의견 수렴과 대책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에너지대책과 지구 환경 문제 등이 중요한 화두가 된 현재와 더 심각해질 미래를 생각할 때 노원구의 지역난방 문제는 단순한 사안이 아닌 듯하다. 지난 15년 넘는 기간 동안 이익 보다 피해를 더 많이 생산한 이 사업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민들의 요구는 정당해 보인다.

 

교육중심 녹색복지도시 노원
  
- 녹색노원을 표방하실 정도로 환경문제에도 관심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노원에코센터도 완공을 앞두고 있는데 그곳은 구체적으로 어떤 용도로 활용되는 건가요?
 “기후변화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에너지, 기후, 환경과 관련된 교육이 이뤄지고, 원리와 대안 방법을 실천해보는 교육 장소가 될 것입니다. 센터 건물 자체를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 에너지 제로 기술로 짓습니다. 열손실을 막고 태양열, 지열만으로 운영됩니다. 건축할 때 생태기술을 제안해서 시도해 본 것입니다. 아마 개관은 내년 1월 또는 2월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자전거 폐달을 밟아서 직접 에너지를 발생시켜 본다든지, 지구와 인류의 역사를 쭉 볼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환경이나 생태 보전을 위해서 앞으로는 편하고 쾌락과 즐거움만을 찾을 것이 아니라 다소 불편하더라도 새로운 지구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생활 속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구청에서는 비올 때 우산을 담는 비닐을 배치해 놓지 않습니다. 대신 일하시는 분들이 바닥을 더 많이 닦게 됩니다만. 또 노원구 중국집은 배달 시 1회용 나무젓가락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 임기의 1년 반이 돼가는 시점인데, 임기 내에 이 일 만큼은 완수해놓고 싶은 일이라면 어떤 걸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삽질 보다 사람 우선’을 내걸고 당선되었습니다. 공약으로 내걸지는 않았지만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며 목표를 제시한 일이 있습니다. 지금의 자살률을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높은 자살률은 부끄러운 기록입니다. 바로 어제(8일) 자살한 영화배우 김추련 씨의 유서에도 나타나듯이 ‘외로움과 어려움’, 고독과 빈곤이 자살로 가는 공통적인 핵심 문제입니다. 서초구의 자살률은 노원구의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경제적 어려움은 당장 해결하기 어렵지만 외로움은 경감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자살률이 높아진 것은 IMF 이후, 카드대란,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황금만능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영향 하에 양극화가 확대되고 복지시스템의 후진성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자살을 봐도 그렇습니다. 현재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 당 29.3명(2009)인데, 임기 중 15명으로 낮추는 게 목표입니다. 지난 1년 여 사이에 25명대로 떨어졌습니다.
 자살 위험군, 우울증 전수조사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1차로 노인 2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그 중 1천 2백 명이 주의군으로 나타났습니다. 주의군에 오른 사람들을 ‘생명지킴이’들(860여 명)과 연계해 일촌맺기를 해서 매주 집을 방문하여 관찰하고 상담하고 주의 깊게 보살피도록 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생명지킴이 활동을 하시는 분들은 무보수 자원봉사를 하시는데 노원구의 3대 종단의 추천을 받은 분들입니다. 
 다음에는 관내 학생들의 우울증 조사를 하고자 했는데 최근까지 교육청에서 학생인권 등을 내세우면서 반대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찬성 입장으로 바뀌어서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진행 중입니다. 복지국가로 갈 수 있도록 구청 차원에서 최대한 노력하려고 합니다.” 


 김성환 구청장은 내년부터 ‘학업중단 청소년, 제로’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도 말했다. 단기 목표는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다.
 ‘삽질보다 사람 우선’에 가치를 두었기 때문인지 김성환 구청장은 인권과 복지 그리고 환경에 대한 신념을 담은 말들을 주로 했다. 노원구 또한 재개발과 기관 시설 유치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 김 구청장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업무시설지구를 만들고 싶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개발 사안들에 대해서 김 구청장은 ‘그건 그것대로 계속 진행되는 것’이라는 짧은 말로 대신했다. 區(구)시설 이전 등은 단계를 밟아가며 변화가 진행 중인 듯하고, 또 현재 부동산경기 침체 등 몇 가지 여건들이 개발의 속도를 늦추게 하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김성환 구청장이 특별히 관심을 두고 있는 건 거의 어찌 보면 소소하고(결코 소소한 문제가 아니지만), 표시 안 나고, 눈에 잘 안 띄며, 성과를 보려면 오래 걸리고, 꾸준히 시행하면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나가야 하는 지나간 일들 같다고 말하자 김 구청장은 그냥 웃었다.
 도덕적으로도 결함이 많다는 것을 다 알면서 지금의 대통령을 당선시킨 그 시절의 사람들이 품었던 바람은 변한 것일까? 성장 지상주의, 공익을 사익에 복속시키는 불공정한 자유, 각개전투식으로 무한경쟁을 하고 승자독식을 당연시 하는 야만의 시대와 작별할 만큼 우린 한 단계 진보한 것일까? 김성환 구청장이 성공한 구청장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박향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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