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12. 07.
개그(코미디)와 정치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개그맨은 코미디언처럼 재미있는 분장을 하고 넘어지거나 상상 할 수 없는 표정을 지어 사람을 웃기기보다는 풍자적인 말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희극인 이다.
요즘 이들이 방송사들을 점령했다. 소위 국민MC로 불리는 유재석과 강호동을 필두로 김제동, 그리고 요즘 국회의원이 고소를 해서 더욱 유명해진 최효종 등 수많은 개그맨들이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개그맨들은 머리가 참 좋다. 아니 아이디어가 뛰어나다. 국민이 어디가 가려운지를 알고 잠시나마 시름을 덜어주고 비록 헛웃음일지 모르지만 대중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런 그들이 이제 정치판의 스카웃 대상이 되었다. 강호동은 한나라당에서 탐내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씨름선수 출신인 강호동을 데려다가 공천을 주고 국회의원을 시키려고 했고(강호동의 의사와 상관없이), 야권은 김제동을 국회의원 시키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 좋다. 국민 누구나 국회의원을 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국록을 먹는 정치인들이 나랏일을 잘해서 국민에게 즐거움을 주어야 하건만 그렇지 못하고 있으니 개그맨들이라도 데려다가 웃음을 주려고 한다면 차라리 이해가 간다. 그러나 개그맨들이 주는 웃음과 정치인들이 주는 웃음은 그 근본부터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개그맨들이 주는 웃음은 어쩌면 일순간으로 그냥 웃고 넘어가는 것이지만 정치인들이 주는 웃음은 감동이 함께해야 하는 것이다. 개그맨들이 주는 한마디는 그냥 낄낄 웃어넘길 수 있지만 정치인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그냥 웃어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개그맨들을 배워야 한다. 그들을 정치권으로 스카웃해서 일회용으로 쓸 것이 아니라 그들의 아이디어를 따라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국민에게 감동과 즐거운 웃음을 줄 수 있을까를 연구해야 한다. 그래야 유명 개그맨이 되고 각종 프로그램의 명 사회자가 되어서 국민의 사랑을 받듯이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반짝 아이디어 한 개 가지고 한번 국회의원이 되면 현실에 젖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그들이 개그맨들보다 머리가 나빠서가 아닐 것이다. 한국의 정치라는 것이 개그맨들처럼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개인에 충성해야 출세할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정치이야기가 개그 소재가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이 정치인을 얕보고 있다는 뜻이고 개그맨들의 입을 통해 통쾌해 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정치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창피한 일이다. 국가적으로 상당한 대우를 받고 나름대로 힘들게 나랏일을 하는데도 국민에게는 개그맨보다도 못한 사람으로 평가받으니 참 억울한 일일지도 모른다.
정치하는 사람이 국민에게 욕을 먹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손가락질을 받을 정도로 못된 짓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래도 국민들은 정치인과 개그맨은 구분 할 줄 안다고 믿기 때문이다. 개그맨은 그저 개그맨일 뿐이다. 그가 누구든 개그 현장에서 나가면 더 이상 국민은 그를 보고 웃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치인들이 개그를 한다고 국민은 웃지 않는다. 만약 웃는다고 해도 그것은 쓴웃음일 것이다.
정치인들 이제라도 힘내야 한다. 당신들이 그간 국록을 먹었기 때문이다. 잠시 일 수도 있지만 당신도 한때는 국민의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개그맨들이 부러울지라도 그들을 흉내 낼 수도 없지 않은가. 초심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국민과 소통하라. 처음부터 국민이 웃어주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노력하라. 그러다보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유재석도 되고 강호동도 되는 것이다. 개그와 정치는 다르지만 같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