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12. 08.
일등지상주의가 불러온 한 고등학생의 \'모친 살인\'
대학생기자 김 가 영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달 24일 어머니를 칼로 찔러 숨지게 하고, 그 시신을 자택에 8개월간 방치한 혐의로 수험생 지모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군은 살해 후 8개월간 시신을 안방에 방치하고 안방 문틈에 공업용 본드를 발라 냄새가 밖으로 새지 않도록 했다고 한다. 몇 년 전 집을 나가 따로 생활하고 있는 아버지가 오랜만에 집에 들렀고, 이상함을 감지해 신고로 범행이 드러나게 된 것.
지군은 8개월 만에 범행에 대해 털어놓았다. 이제 갓 19살이 넘은 지군이 \'모친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과거 모의고사 성적표를 전국 62등으로 위조한 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학부모 방문의 날이 다가오자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알게 될 것이 겁이 나 범행을 저지른 것이었다.
숨진 지군의 어머니는 평소에도 아들에게 전국 1등을 하고 서울대 법대에 가야 한다며 아들을 항상 다그쳤다고 한다. 아니, 다그친 정도가 아니었다.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밥을 굶기거나 잠을 못 자게 할 정도로 아들에게 부담감을 주었고, 야구방망이와 골프채로 10시간에 걸쳐 폭행한 적도 있다고 한다. 참다못한 지군은 중학교 때부터 성적표를 위조해 오기 시작했지만, 몇 달 전 성적을 전국 62등으로 위조 한 후에도 그녀는 만족할 줄 몰랐다고 했다. 결국 그는 압박감에 못 이겨 우발적으로 모친을 살해하게 된 것이다.
처음 이 기사를 접했을 때에는 부모를 살해한 한 패륜아의 사건으로 단순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관련 기사들을 점점 읽을수록, 이는 특이한 한 아이에 국한해 생각해서는 안 될 일임을 느꼈다. 지난해에도 한 청소년이 공부 스트레스로 인해 집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질러 일가족을 숨지게 한 사건 등 이러한 청소년의 성적비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프랑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학교의 죄수들”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의 교육에 대해 방송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한국을 이렇게 표현했다. ‘세계 최고의 산수 실력을 갖춘 한국 어린이들. 문맹률이 0%에 달하며 대학 진학률은 80%인 나라. 세계 13위의 경제 규모’. 하지만 긍정적으로 보지만은 않았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기적의 힘이 교육열에서 왔다면, 지나친 교육열 또한 한창 뛰어놀며 자유의지를 발달시켜야 할 아이들을 감옥에 가두어 병들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 우리나라의 과도한 교육열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사건이 일등지상주의와 성적 중심주의와 같은 교육 병리가 극단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한다. 물론, 교육열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회 구조상 ‘교육’을 통해서가 아니면 사회에서 성공 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자녀가 올바르게 크고 성공하기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백번 이해하지만 자녀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다. 일등지상주의 사회 구조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점차 나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학구적 교육 뿐 아니라 인성교육에 정부가 먼저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