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12. 14.
올해의 사자성어 ‘수무푼전(手無分錢)’
김 세 현
호원대겸임교수 / 행정학박사
직장인들이 2011년을 마감하며 올해의 사자성어로 ‘수무푼전’ 즉 손에 땡전 한 푼 없다는 말을 꼽았다고 한다. 또한 구직자들은 망자재배(芒刺在背) 즉 가시를 등(等)에 지고 있다는 뜻으로,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편하지 않다는 말을 꼽았다고 하니 지금 우리 사회가 얼마나 팍팍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직장인들,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바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아침 일찍 출근해 밤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일하고, 근로소득세를 비롯한 각종 간접세를 알게 모르게 떼이면서도 군소리 없이 자기 일에 충실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수무푼전이나 망자재배를 꼽은 것을 보면 소위 중산층이 무너지고 실컷 일 해봐야 아이들 학원비에 등록금 등 이것저것 빼면 실제로 손에 쥐는 것은 없어 정작 본인들은 옷 한 벌 사 입기 힘든 형편이라는 것을 직감하게 한다. 그래서 일까.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나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넥타이 부대들이 앞 다투어 투표장에 나가 그 설움에 대한 보복(?)을 한나라당에 해댔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이 의도했건 안 했건 이 거대한 직장인들의 분노의 물결이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을 와해시켜 風前燈火(풍전등화)로 만들었으며, 제1야당은 민주당을 支離滅裂(지리멸렬)로 만들어 버렸고, 대통령의 친 형은 晩時之歎(만시지탄)이 있지만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민주당의 3선 의원과 한나라당의 초선 의원 한명은 戰戰兢兢(전전긍긍)하는 정치권을 미련 없이 빈손으로 떠나는 모습도 보여줬다.
그렇다. 민심은 참 무서운 것이다. 같이 잘 먹고살고 배부르면 정치인들과 힘 있는 자들이 조금 해 먹는 것에 별 불만이 없고 관심도 없다. 그러나 내 것을 자꾸 뺏기는 기분이 들고 아무리 노력해봐야 그 자리에 있는 것 같거나 뒤로 점점 처지는 느낌이 들면 괜스레 정치하는 사람 특히 정부여당을 더욱 미워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야당을 두둔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여당이 미울 뿐이지 야당이 잘 한다는 뜻이 아닌데도 야당은 마치 집권이나 한 것처럼 자기들 밥그릇 싸움에 으르렁 거리니 참 정치인들의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고, 그들은 무엇 때문에 정치를 하는지 아연할 따름이다.
아무튼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정치권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 될 지 누구도 예상 못 하는 형국에서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坦坦大路(탄탄대로)를 걸었던 정치인들도 하나 둘 짐을 싸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다.
정치인들도 아마 망자재배(芒刺在背)의 심정 일 것이다. 총선에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조마조마하고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에 아마 등에 가시가 박힌 것처럼 뒤통수도 따가울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손에 땡전 한 푼 없지만 갈팡질팡하면서 내 살길 찾기 바쁜 사람들 보다는 우리 직장인들이 그래서 훨씬 행복해 보인다. 비록 빈손이지만 남의 것 탐내지 않으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은 힘들어도 가족이나 주변에 행복한 것처럼 행세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짠하다. 손에 땡전 한 푼 없으면서 즐거운 척 해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과연 저들은 헤아리기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