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12. 22.


 삶과 죽음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사람이 살아있다는 증거는 무엇일까? 그저 숨을 쉬고 있다고 살아있다고 할 수 있을까? 죽었다는 것은 또 무엇일까? 그냥 숨이 멎으면 죽은 것일까?
삶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궁금해지는 스산한 겨울에 철강 왕 박태준 회장이 서거했다는 소식에 그의 청빈한 삶과 조국과 민족을 위해 온몸을 바친 고인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어록을 되새기면서 새삼 지도자들의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평범한 사람들이야 태어나서 학교가고 졸업하면 직장생활 혹은 자영업을 하다가 결혼해서 아이들 낳고 아이들 키우다 보면 어느새 은퇴하고 또 그 아이들이 다시 학교가고 직장생활하고 결혼하는 것을 보다가 나이 들면 병들거나 자연사 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특별히 한 것도 없지만 열심히 살았는데 남는 것은 그야말로 덧없는 세월의 반복이고 죽을 때 가족들이 조금 슬퍼할 뿐이지 사실 죽고 나면 한 줌의 재나 흙이 될 뿐이다.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들의 삶과 죽음은 보통 사람들하고는 좀 달라 보인다. 남들이 보기에 그들은 권력을 가져서 늘 행복하고 돈도 많이 모아 놓았겠지 하겠지만 그들이 죽고 나서야 의외로 청빈한 삶과 정책 결정자로서 늘 고독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과정이 알려지면서 새롭게 그들의 삶을 조명하고 죽은 후에 더욱 존경을 받는 경우가 가끔 있다.
물론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권력을 이용해 검은 돈을 모으고, 자기가 번 돈이라고 막 써대다가 국민의 지탄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박태준회장, 유한양행의 유일한 박사가 더욱 빛나는 것이다.
2012년 대통령 선거를 꼭 일 년 앞둔 지난 12월 19에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타계 소식도 전해졌다. 그가 죽은 후에 북한의 급작스런 변화나 우리 대한민국의 안보 상황 등 여러 가지 변수는 뒤로 하고라도 독재자로 37년 간 북한을 통치하면서 우리나라에 각종 테러를 가한 자의 죽음을 기뻐하기 보다는 그가 살았던 삶이 과연 행복하고 즐거웠을까? 하는 의구심이 먼저 들고 왠지 측은해 보이기까지 한다.
결국 죽게 될 것을 무얼 그리 탐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크나큰 슬픔을 안겨주었을까? 죽은 자는 말이 없겠지만 북한의 차기를 이끌 김정은이나 군부 실세들은 김일성이나 김정일도 결국 죽는다는 것을 보았으니 더는 욕심 부리지 말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해 심각히 고민하고 더 이상의 테러나 도발을 중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아울러 우리 대한민국의 정치지도자들,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을 위해 뛰는 주자들도 자신을 꼭 한번 뒤돌아보기 바란다. 자신이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나 자신의 출세만을 위하는 길인지,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조국과 민족을 위해 한 몸을 던질 각오로 임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라. 물어보나마나 다 조국과 민족을 위한다고 말하겠지만 살아 있을 때는 몰라도 죽은 후에 다 밝혀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생 그리 길지 않다. 양심을 속일 수 있어도 가족은 속일 수 없다. 혹시 가족을 속이고 국민도 속일 수 있겠지만 역사는 속일 수 없다.
정치 지도자들의 죽음을 보면서 한치 앞만 계산하지 말고 먼 미래를 한 번 그려보고 새로 시작하는 것도 이 어려운 나라를 위해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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