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1. 12. 28.


2011년을 보내며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세월은 참 무심한 것이고 영원한 권력도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여준 의미 있는 辛卯年(신묘년) 한해였다. 지난 한해를 교수들은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뜻의 엄이도종(掩耳盜鐘)을 사자성어를 선정했고 직장인들은 손에 땡전 한 푼 없다는 수무푼전(手無分錢)을 선택했다.
엄이도종, 참 적절한 표현이다. 자기만 듣지 않으면 남도 듣지 않을 것이라는 말 속에 그동안 대한민국 권력자들의 행태를 그대로 담고 있다. 이상스러울 만큼 권력만 잡으면 형제자매 처갓집 등 주변 식구들이 나대다 구속되고, 그런 사실을 말하면 들으려 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멀리 하는 것이 우리나라 권력의 습성처럼 되어 버렸다.
영원 할 것 같은 세계의 독재자들도 하나둘 세상을 떠났다. 어떤 이는 총탄에 맞아 쓰러졌고, 어떤 이는 기차에서 객사하는 등 수 십년 권력을 휘두른 사람들이 별로 거룩한 죽음을 맞이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들과는 조금은 다르겠지만 권력이란 것이 그리 오래 가지 못하며 결국 본인도 모르게 권력이 잘못 사용되고 있었음을 뒤늦게 알게 되고 자기가 듣기 싫어했고 어쩌면 알면서도 입을 막으려고 했던 일들이 하나둘씩 밝혀지게 되어 퇴임 후를 걱정해야 함은 물론 경호원 없이 밖에 나다니지 못하는 신세가 됨을 후회하는 권력도 있을지 모른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수무푼전이 나을지도 모른다. 비록 손에는 땡전 한 푼 없지만 하루하루 혹은 한 달에 한번 열심히 노력한 만큼 번 돈으로 자식들 뒷바라지 하면서 살아가는 삶이 조금은 피곤하고 힘들지만 마음고생은 덜하기 때문이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나 재벌들도 결국은 정해진 기간이 있다. 그 기간이 지나 나이 들고 병들면 그들도 결국 땡전 한 푼 못가지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
물론 어떤 이들은 한 시간이라도 좋으니 권력을 한번 잡아보거나 재벌이 되어봤으면 좋겠다고 할지 모른다. 그래봤자 한 시간이다. 아니 한 달을 주어도 마찬가지다. 세월은 순간이다. 대통령 임기도 이제 일 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고 그 세월이 국민 입장에서 보면 너무 길고 본인 입장에서 보면 짧아 보일 뿐이다.
재벌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일하다보면 나이 들게 되고 결국 자식들이 재산 싸움 안 하고 세금 덜 들여 재산을 물려받게 하는 일에 노후를 보내게 된다. 주식가치로 몇 조원이니 몇 천억은 자기 돈이 아니라 주주들 돈이며 어쩌면 휴지조각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제 곧 60년 만에 한번 온다는 임진년 흑룡해이다. 용은 물에서 승천하는 상상의 동물이며 대권의 꿈을 가진 사람을 잠룡이라고도 한다.  내년 총선에는 잠룡들이 많이 나타나고 흑룡이 용트림을 하듯 대권을 쥐는 사람도 탄생 할 것이다. 따라서 어쩌면 천지가 개벽하고 혹시 새 세상이 오려나하는 기대도 크지만 마치 임진왜란을 겪듯 內訌(내홍)이나 격변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라 기뻐하면서 맞는 해도 아니다.
어차피 평범한 사람들이야 빈손으로 왔고 빈손으로 갈 형편이라 큰 걱정이 없지만 큰 꿈을 품고 총선이나 대선에 나가는 사람들이 걱정이다. 저들이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정치에 임하는지, 나라의 미래는 얼마나 걱정하는지, 귀는 열려 있는지, 손에 쥔 것은 얼마나 되고 또 얼마나 더 많이 쥐려고 할 것인지 내심 궁금하기도 하다.
누가 되든 당선되겠지만 올해 사라져간 권력자들도 한 번 살펴보면서 권력무상을 깨닫는 사람, 곧 내려갈 권력과 주변사정도 감안하고 사람을 잘 쓰는 사람, 손에 땡전 한 푼 없지만 투표장에 나와 열심히 속아주는 우리 국민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 김정은이 이끌게 될 북한과의 관계 설정을 잘 할 사람, 혹시 닥칠지도 모르는 국난에도 끄떡없이 나라를 이끌 수 있는 그런 사람, 진짜 흑룡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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