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2. 01. 25.
‘똥’ 이야기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똥은 사람이나 동물이 음식을 먹고 소화시킨 찌꺼기를 항문으로 배출한 것을 말하며 지저분한 의미가 있어서 흔히 紙面(지면)에서는 변 혹은 ‘X’로 표기하기도 한다.
현대 사회는 과학이 발달해 비료를 생산하기 때문에 똥이 그리 필요치 않지만 예전에는 가축의 똥이나 사람의 인분은 좋은 비료 원료였다. 건강한 사람은 아침에 눈을 뜨면 화장실을 찾는다. 반면에 변비가 심한 사람은 변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얼굴이 누렇게 뜨거나 피부가 매끄럽지 않은 경우도 있다.
가축은 아무데서나 똥을 싸대지만 사람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똥을 가릴 줄 알게 된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도 철이 안 들면 “아직도 똥오줌 못 가린다”며 빈축을 사게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똥개’ ‘똥배’ 등 ‘똥’자를 접두사로 자주 사용한다. 그만큼 ‘똥’이라는 단어가 친근하기도 하지만 약간은 비하하는 뜻으로 많이 사용된다.
며칠 전 모 방송국 예능프로에 소위 국민배우라는 사람이 출연해 ‘똥’ 이야기를 해서 매우 놀랐다. A모 배우는 자기 형과 강원도 강릉경포대에 해수욕을 갔다가 화장실이 급해 바다에 들어가 똥을 누었으며 그 똥이 파도에 밀려 해변으로 밀려오자 한 관광객이 그 똥을 집어 들었다가 봉변을 당했다는 얘기였다. 예능프로니 당연히 웃고 넘기려고 대수롭지 않게 하는 얘기였겠지만 많은 사람이 시청하고 있고, 또 케이블에서 계속 재방송을 내보낼 가능성이 있는 프로인데 아무런 죄의식 없이 낄낄거리고 있는 모습이 가관이었다.
A모 배우는 평소 바른생활로 여배우들과의 베드신도 거부하며 유명세를 타고 국민배우라는 호칭을 받고 있는데 이 방송이 계속되면 사람들이 바닷가에 가서 화장실로 가기보다는 바다 속을 찾을 것은 생각이라도 해봤는지 묻고 싶다.
수영장에서 소변을 보는 것도 공중도덕에 문제가 있는데 바다에서 그것도 한창 해수욕 시즌에 똥을 싸댔다니 아무리 젊은 시절의 일이라 해도 너무 심했으며 시청률을 조금 올리겠다고 죄의식이나 부끄러움 없이 그런 것까지 내보내는 방송국의 처사도 못마땅하다.
방송의 책임은 시청률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계도 하는 것이 먼저다. 아무리 시청률이 급하고 상대 프로와의 경쟁도 중요하지만 자기들이 국민배우라고 호칭하면서 더러운 ‘똥’ 이야기까지 꺼내 그저 국민배우의 소탈함이라고 우겨보려는 처사에 동의하지 않는다.
국민배우는 아무에게나 호칭을 주는 것이 아니다. 소탈하고 바른생활로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며 때로는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해서 여론조성에 앞장서기도 하고, 가끔 TV나 언론에 출연해 청년시절의 방황과 시련을 들려주며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역할도 하는 것이 국민배우다.
그런 면에서 이번 A모 국민배우를 출연시켜 ‘똥’ 이야기까지 편집없이 내보낸 처사는 아무리 예능프로지만 청소년들에게나 그를 좋아했던 사람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으며 방송의 무책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번 뱉은 말은 주어 담을 수 없다. 마치 한번 싼 똥을 다시집어 놓을 수 없듯이. 임진년 방송과 언론, 그리고 公人(공인)들이 가슴에 새겨 두어야 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