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2. 02. 08.
改名(개명)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사람은 누구나 이름을 가진다. 요즘의 경우 대개 작명소를 찾지만 옛 시절엔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대충 돌림자를 넣어 면사무소에 신고하면 공무원들이 한자를 꿰어 맞춰 호적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특히 남아 선호가 심한 집안이나 남자아이가 대를 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집안에 연속해서 딸이 태어나면 영락없이 남자 아이 이름을 갖다 붙여 그 다음에 나올 아이가 사내아이 이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한번 정해진 이름 어쩔 수 없고 법이 까다로워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그냥 누구 엄마로 살아온 것이 우리나라 여인네들이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어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늘고 누구엄마보다는 자기 이름을 더 많이 쓰는 세상이 열린 후 이름을 바꾸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이름이란 사람들이 자꾸 불러주어 이름 속에 내재된 뜻처럼 되라는 의미로 붙여지는 것이다. 그런 중요한 이름을 마구 지어대던 시절이 지나가고 이제는 자기가 원하는 이름으로 개명하는 시대가 왔으며, 요즘은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태명을 지어주는 것도 유행이라고 하니 이름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 드디어 이름이 이름값을 하는 시대가 온 것 같아 다행스럽다.
사람에게만 이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식물이나 동물에도 이름이 있다. 식물도 이름을 붙여주고 이름을 불러주면서 가꾸면 더 잘 자란다고 하고, 사나운 짐승들도 이름을 붙여 불러주면 주인을 더욱 졸졸 따른다고 하니 사물에 이름을 붙여주고 자주 불러주어 친근감을 표현하면 생명력이 증진되고 친근감이 생긴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政黨(정당)에도 이름이 있다. 정당의 이름에는 그 정당이 지향하는 목표가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이름만 들어도 그 정당이 무슨 목적으로 만들어 졌고 어떤 사람들이 모여 있는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 본산인 영국이나 미국의 경우 아무리 대통령이 바뀌고 당의 인기가 시들해져도 정당의 이름이 바뀌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정당의 이름은 길어야 5년이다. 즉 대통령이 바뀌면 정당의 수명이 다하는 것이다.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전격 바꿨다. 현직 대통령이 앞장서서 개명한 것이 아니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나서서 이름을 바꾼 것이 특이하지만, 틈만 나면 정당의 이름이 오래 가야 한다고 주장한 박위원장 입장에서는 당명 개정이 그리 탐탁지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이유야 어쨌든 새누리당은 국민 공모절차를 거쳐 이름을 확정했고 바뀐 이름을 가지고 무슨 교회이름이냐? 유치원 이름이냐? 약국이름이냐? 면서 비아냥조의 각종 패러디가 한창이다.
물론 정당도 이름이 중요하다. 그 이름 안에 내포되어 있는 중대한 뜻이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뜻은 새로운 세상을 의미한다고 한다. 정당의 명칭은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고 낯설지만 신문이나 방송에서 자꾸 접하면 곧 친근해 진다. 민주당이야 대통합 민주신당에서 민주 통합당으로 앞뒤로 이름만 고쳐 계속 민주당으로 쓰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다지만 새누리당으로서는 워낙 많은 정당이 사라진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마땅한 이름을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같은 정치현실에서 정당의 이름이 가지는 의미는 사람의 이름이 갖는 의미와는 조금은 다르다. 그런 면에서 한나라당이면 어떻고 새누리당이면 또 어떤가. 기왕에 이름을 바꾼 것이라면 그 이름에 걸맞게 엄청난 속도로 바뀌고 있는 새로운 세상민심을 파악하는 것이다. 사람 몇 바꾸고 당명을 바꾼다고 국민의 마음이 쉽게 돌아서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차피 또 몇 년 지나면 당명도 바뀌고 사람도 바뀌는데 당명 하나 가지고 왈가왈부 할 때가 아닌 것 같아서 참견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