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2. 02. 22.
돈 봉투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박희태 국회의장이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결국 물러나고 검찰의 방문수사까지 받았다. 그의 말대로 전당대회 때 돈 봉투를 돌리는 것은 오랜 관행이었기 때문에 검사 출신인 박의장도 별 죄의식 없이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한 혐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수사결과가 곧 발표되겠지만 그동안 꽤 잘나가던 사람이 명예롭게 은퇴하지 못하고 결국 검찰의 기소대상이 되었다는 것이 박의장 본인으로 보나 국가적으로 보나 망신살이 뻗친 것은 사실이다.
그냥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 주는 것보다 봉투에 넣어주면 상대를 존중해 주는 것으로 생각되어 요즘에는 명절에 아이들에게도 돈을 봉투에 넣어서 준다. 옛적엔 월급도 봉투에 넣어주면서 어깨도 두드려주며 근로자들의 노고를 덜어주었으나 요즘엔 통장으로 자동 입금되기 때문에 직장인들의 기가 많이 꺾였다고 하니 돈 봉투의 위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일반인들은 돈 봉투를 받기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축의금이나 부의금 등의 돈 봉투를 주기 바쁘다. 따라서 돈 봉투 사건이 터질 때면 “저런 봉투나 한번 받아보았으면 좋겠다!”면서 푸념할 뿐이다.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돈 봉투 사건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아마도 돈 봉투가 돌아야 선거가 제대로 되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아마추어 후보들이 앞뒤 없이 돈 봉투를 잘 못 돌리다가 패가망신하는 꼴이다.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민주통합당도 마찬가지다. 경쟁적으로 복지 공약을 내세워 국민에게 돈 봉투를 뿌려대고 있다. 물론 이 선심성 돈 봉투는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일 년에 50조원을 넘나드는 돈을 제공하겠다며 앞 다투어 선거전을 하는 중이다. 자기들 돈도 아니고 결국 국민이 세금을 더 내야하는 것임에도 마치 자기들 개인 금고를 열어 푸는 것처럼 생색을 내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잘살고 나라가 부강하다면 나랏돈을 풀어 서민들에게 나눠 준다는 데 누가 말리겠는가? 대기업의 세금을 올려 국가재정을 늘린다고 하나 이는 결국 물건 값이 상승해 서민들은 결국 제자리 일 것이며, 부자들이 자기 개인재산을 내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인데 복지예산을 저렇게 많이 늘리겠다는 것은 필히 나랏돈으로 票(표)를 사겠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으며 나라가 망하든 말든 오로지 정권만 잡겠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명목이 분명치 않는 돈을 지갑에서 꺼내어 슬며시 손에 쥐어주든, 봉투에 정성껏 넣어서 안주머니에 넣어주든, 공개적으로 돈을 뿌려 환심을 사든, 받는 사람 입장에서 그리 싫지 않다. 단지 그 돈이 어떤 명목인지가 중요한 것이다. 돈이란 당장 받아쓸 때는 무서운 줄 모르지만 결국 그런 돈은 문제가 생긴다. 정치인들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돈이 많이 드는 公約(공약)을 함부로 쏟아내어 국민의 표를 사는 것에는 성공하겠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그 돈을 쓴 사람이나 준 사람이 아니라 우리 후손들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실 지금 선거판은 지난 잘못을 뉘우치고 앞으로 잘하겠으며 돈을 나눠주겠다는 공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더 밉고, 누가 덜 싫은가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필자가 잘못 판단한 것일까?
“명목이 분명치 않는 돈을 지갑에서 꺼내어 슬며시 손에 쥐어주든, 봉투에 정성껏 넣어서 안주머니에 넣어주든, 공개적으로 돈을 뿌려 환심을 사든, 받는 사람 입장에서 그리 싫지 않다. 단지 그 돈이 어떤 명목인가가 중요한 것이다. 당장 받아쓸 때는 무서운 줄 모르지만 결국 그런 돈은 문제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