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2. 03. 06.
국회의원 公薦(공천)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4.11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여야의 국회의원 공천 윤곽이 나타나는 가운데 곳곳에서 공천 탈락에 항의하는 시위와 무소속 출마회견 등 국회 주변이 어수선하다.
국회의원 총선거는 4년에 한번 열리는 게임이고 이 게임만 잘 이기면 4년 내내 고관대작들에게 의원나리 대접을 받으니 누구나 한번쯤 도전해볼만하다. 더욱이 요즘은 국민경선이라는 겉으로 보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속은 이상한 게임 룰까지 생겨나 정치를 잘 모르는 백면서생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달려들었다가 역시나 하면서 경선도 치러보지 못하고 문전박대 당하고 결국 당사 앞에서 외로운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면 처량함을 넘어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다.
저 사람들도 나라와 가정을 위해 열심히 일해 온 사람들인데 국회의원 한번 해본답시고 하던 일 팽개치고 삼개월여를 현수막 걸고 사무실 얻어서 아침부터 밤늦게 까지 명함 돌리며 자기가 원하는 당에 돈을 내가며 이름을 팔고 다녔는데 기껏 면접이나 한번보고 수 천 만원을 날려야 하니 주변에 대한 미안함과 억울함, 그리고 그런 처사를 아무 일 없다는 듯 행하는 黨(당)에 대한 분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정치신인들이야 국회의원 배지를 안 달아봐서 모르겠지만 국회의원을 하다가 공천탈락한 사람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나이든 사람들이야 물러날 명분이라도 있다지만 명색이 현역 국회의원인데 이런저런 사유로 공천에서 배제되면 무슨 비리에라도 연루된 것처럼 비치거나 무능력한 사람으로 여겨지니 공천에서 탈락하면 얼굴 내밀고 다니기 어려운 형편이라 막말을 쏟아내 국민의 눈총을 사고 있다. 하기야 그 사람들 얼굴이 두꺼우니 그 정도 쯤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아무튼 이 공천이라는 것이 참 웃기는 방식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여야는 공히 4.11 총선에서 현역 국회의원을 서로 많이 탈락 시키고 새로운 사람을 영입하겠다고 소리 지른다. 어떤 당은 특정정지역의 50%, 어떤 당은 30%를 바꿨다고 하면서 서로 자기 당의 물갈이 폭이 크다고 우겨댄다. 필자가 듣기에는 그 만큼 지난 공천에서 자기들이 공천을 잘못했다는 얘기로 들린다. 또 이번 공천자들도 4년 후엔 또 그 몇 %안에 들어야 할 운명들로 여겨진다.
4년마다 길거리에서, 바쁜 지하철역 앞에서 생판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명함 받고 구겨버리는 시민의 마음도 지친다. 물갈이 한답시고, 국민경선 한다고 여기저기 현수막 걸게 해서 자기네 당 사람 모으고 합법을 가장한 사전선거운동을 일삼는 얄팍한 정치에 식상한다. 미리 정해놓은 수순에 의해 인재영입이라는 방식으로 자기사람 이미 다 심어놓고서 슬쩍 공개모집한다는 핑계로 돈을 챙기는 처사에 분개한다.
차라리 예전 방식으로 자기들끼리 나눠먹기 하는 편이 나아 보인다. 국민이라는 단어를 빌려 국민경선이니, 국민참여니 하면서 국민과 예비후보들을 우롱하는 행태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차라리 그들에게 통쾌한 패배 일지언정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얻는 표를 다음 선거에 참고하는 편은 어떨까. 후보들이 난립해 누구누군지 모를 수도 있지만 당락을 떠나 국민이 진정 원하는 사람에게 투표도 할 수 있고, 예비후보자들은 쓸데없이 정당의 문턱을 밟을 필요 없이 지역에 봉사하면서 미래를 준비할 수도 있고, 정치에 이용당하고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아픔과 정당에 대한 미움과 분노라도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 4년마다 반복되는 이놈의 아수라장 정치판, 확! 쓸어버릴 진짜 카드 어디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