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2. 03. 20.
탈북자와 국제정치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북한 주민들의 탈출이 늘어나 현재 중국에는 수만명의 탈북자들이 인간 이하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당국이 30여명의 탈북자들을 강제로 북송시키려 해 빈축을 사고 있다.
북한 당국은 탈북자들의 수가 늘자 이들을 공개처형하는 등 탈북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으며 이번 중국 당국의 탈북자 강제 송환은 김정은 체제를 공고히 해주기 위한 중국당국의 배려로 의심되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한국의 여성 국회의원이 중국으로 달려가 이를 항의하다가 팔을 꺾이는 등 부상을 당하고, 차인표 등 유명 연예인들도 탈북자 강제 북송을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등 민간 차원의 항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 한국정부와 미국정부는 팔짱만 끼고 방관하고 있다.
미국은 인권을 가장 중시하는 나라다. 또한 세계 각국의 분쟁에 끼어들어 민주정권을 세우고 비록 다른 나라 사람들일지라도 인권이 탄압당하면 각종 외교 채널을 통해 압박을 가해 인권보장에 앞장서온 나라가 유독 북한주민의 인권 유린 문제에만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강대국 중국정부의 눈치보기와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중국 당국은 한국 정부를 도와주기 위해서인지 이어도 문제를 들고 나와 영토분쟁화 하면서 한국인들의 탈북자에 대한 관심을 이어도로 돌리게 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로켓발사로 탈북자 문제로 골치 아픈 미국과 중국을 도와주어 국제정치 관심사를 북한 로켓에 맞추어 버렸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신문 방송에 탈북자 문제가 사라지고 온통 북한 로켓 얘기와 선거 관련 기사뿐이다. 국내정치도 무슨 큰 비리사건이 터지면 슬쩍 다른 사건을 터뜨려 국민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이 상례인데 세계정치 즉 국제정치도 마찬가지라니 참 아이러니 하다.
돈이나 권력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인간은 인간답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북한 내부의 인권까지야 우리가 자세히 알 수 없으니 왈가왈부할 내용은 아니지만 탈북자들을 공개처형 하는 북한당국과 이를 알면서도 사지로 몰아넣는 중국 당국, 그리고 이를 못 본체하는 인권의 나라 미국, 그리고 어느 나라보다 앞장서서 그들을 구해야 하는 한국정부의 침묵에 분개한다.
물론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말이니 힘이 떨어져 중국당국의 눈치를 봐야하고 미국과 주변국의 도움이나 바라고 기다려야 하겠지만 명색이 세계 10위권의 나라라고 주장하면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까지 유치한 나라에서 탈북자에 대한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는 옳지 않아 보인다.
하긴 우리나라 내부의 일도 산더미 이고 선거는 연속이니 뾰족한 수도 없는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는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은 우리 대한민국이 건드릴 수 없는 대국이고 미국도 중국의 눈치를 볼 정도니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그저 북한이 로켓이나 가끔 쏘아대고, 우리 네트즌들이나 연예인들 몇이 나서서 시끄럽게 해주면 세계인들이 조금 관심을 가질 뿐이고 그러는 와중에 시간은 지나가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지.
북한에서 굶어 죽느니 차라리 잡혀서 죽는 편이 편하다고 목숨 걸고 탈출을 감행하는 북한주민, 그들에 대해 잠시 안됐다고 걱정이나 하고 지나치는 세계 사람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답은 북한정권이 망하는 길인데 이 역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니 답답하고 불쌍한 사람은 탈북자들일 뿐이다.